▲무차별 사격은 몇 번을 하든 서로 독립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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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만화에서 본 장면이다. 주인공과 친구들이 전쟁 한복판에 떨어졌는데, 포탄이 떨어져 구멍이 생기자 한 친구가 그 안에 들어간다. 왜 재수 없게 포탄 구덩이로 숨느냐는 질문에, 그 친구는 답한다. 아무리 정확하게 쏘아도 똑같은 위치에 맞출 수는 없다고.
로또 당첨 번호가 2주 연속으로 같게 나온다면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검찰 수사 청원이 올라올 것이다. 그러나 포탄 사격이나 로또 추첨은 독립사건이다. 포탄을 앞에 쏜 그 자리에 정확하게 맞추려고 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저 경우 포탄은 그냥 적진에다 대고 무차별하게 발사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 구덩이에 다시 포탄이 떨어질 확률은 다른 어느 위치와도 다르지 않다. 로또 추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전을 열 번 던져 아홉 번 앞면이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들은 이 경우 다음 열 번에는 뒷면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리라 추측한다. 동전 던지기의 확률은 50%라는 생각에 매몰된 것이다. 동전을 다시 던지는 일은 앞의 동전 던지기와는 무관한 독립 사건이다. 따라서 다음 열 번의 던지기에도 다섯 번 정도 앞면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물론 이런 생각은 던지기에 사용된 동전이 사기 동전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성립하는 것이다. 동전을 열 번, 스무 번 던져 앞면이 이상하게 많이 나온다면 동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다.
경마에서는 남들이 고르지 않는 말을 고르는 것이 훌륭한 전략이 아니다. 배당금액은 높지만, 그것은 그 말의 우승확률이 낮음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숫자 뽑기에서 모든 숫자가 뽑힐 확률이 같은 것과는 달리, 경마에서는 말마다 우승 확률이 다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느 말이 기본 체력이 뛰어난지, 오늘 컨디션이 좋은지를 알아내려고 애를 쓴다. 편향을 발견해서 기댓값을 높이려는 통계적 사고를 은연중에 하는 것이다. 역시 돈은 위대하다.
통계적 사고가 필요할 때니시우치 히로무는 통계를 활용한 의사 결정이 후회와 불안을 최소화해준다고 한다. 심사숙고하여 최선이라고 생각한 결정을 따르면 후회의 여지가 줄어든다. 좀 더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도전한 결과가 실패로 나타날 때, 우리는 후회를 가지고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자기 안에서 정리가 되어 '이것이 최선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도전했는데 실패하게 된 일은 전혀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에 후회하며 괴로워할 일도 없다. (32쪽)
불안 역시 불확실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순간 대타를 내보내는 야구 감독의 마음은 불안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가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를 이용해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벌어질 다양한 시나리오가 정리된 상태일 것이다. 상황에 대한 정리는 불안감을 크게 줄여준다.
통계적 사고는 반드시 최고의 선택지를 골라주는 것도 아니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결정이라면 '운칠기삼'의 3에 해당하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이란 멋진 말도 있지 않은가. 최소한, 경우의 수를 한 번 종이 위에 그려보는 것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이 책에서 배워야 할, 삶을 대하는 자세다.
무조건 가위바위보 이기는 법 - 도쿄대 교수가 실천하는 확률로 생각하는 습관
니시우치 히로무 지음, 신현호 옮김,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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