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가 되는 순간, 저급 초콜릿은 좋은 선택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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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직접 지휘했던 실험을 소개한다. 피험자들은 두 개의 초콜릿 중 하나만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다. 고급 초콜릿과 저급 초콜릿이다. 고급 초콜릿은 개당 50센트가 정가지만, 15센트에 구매할 수 있다. 저급 초콜릿은 1센트에 살 수 있도록 했다. 피험자의 73%는 고급 초콜릿을 선택했다. 대다수 소비자가 두 초콜릿 사이의 품질 차이가 14센트 이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초콜릿 가격을 1센트씩 내려서 각각 14센트, 0센트에 구매할 수 있게 하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69%가 저급 초콜릿을 선택한 것이다. 두 초콜릿의 가격 차이는 여전히 14센트이므로, 효용을 생각한다면 선택을 바꿀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공짜를 선택했다. 합리적인 '이콘'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을, 효용을 거스르는 실수를 '사람'이 한 것이다.
가격을 3단계로 조정해서 다시 실험을 해도 결과는 같았다. 고급 초콜릿은 27, 26, 25센트이고, 저급 초콜릿은 2, 1, 0센트로 가격을 매긴 실험이었다. 27센트 대 2센트인 경우와 26센트 대 1센트인 경우에는 대다수가 고급 초콜릿을 선택했다. 그러나 25센트 대 0센트가 되는 순간, 결과는 뒤집어졌다.
지갑을 열거나 신용카드 결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어 공짜를 선호했을 수 있다. 그래서 실험자는 카페에서 음식을 구매하는 경우에만 초콜릿을 할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여 실험을 반복했다. 이 경우에는 공짜라도 어차피 돈이나 신용카드를 꺼내야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공짜 초콜릿에 몰려들었다.
이것저것 따지는 어른과는 달리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자는 핼러윈 축제 때 사탕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을 상대로 비슷한 실험을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사탕 1개로 작은 초콜릿 바를, 2개로는 큰 초콜릿 바를 살 수 있었다. 똑똑하게도 아이들은 큰 초콜릿 바를 선택했다. 그런데 큰 초콜릿 바는 사탕 1개로 살 수 있고, 작은 초콜릿 바는 공짜로 주겠다고 하자 아이들의 선택은 곧바로 바뀌었다. 공짜의 마법은 아이들도 홀린다.
이것은 이득보다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하는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 효과 때문이다. 일반적인 거래에는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이 존재하지만, 공짜 거래에는 나가는 것이 없기 때문에 비대칭적으로 크게 느껴지는 손실감이 없다. 손실은 없고 이득만 있으니 '캐이득'이라 느끼는 것이다.
공짜가 판단을 흐리는 일은 비금전적 소비 행위에도 발생한다. 예컨대 우리는 무료 관람일에 박물관에 가서 사람들에 치여 괴로운 하루를 보낸다. 효용 측면에서 보면 입장료를 내고 쾌적한 관람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시간도 유한 자원이다.
행동경제학의 교훈행동경제학이 다루는 다른 주제들도 가볍게 살펴보자.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 비대칭적으로 큰 가치를 매기는데, 이것이 소유 효과다. 피험자들에게 머그잔을 보여주면서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은 경우와 그들에게 머그잔을 일단 가지게 한 다음 얼마를 주면 컵을 되팔겠냐고 물은 경우를 비교하면 후자의 경우 사람들은 전자에 비해 두 배 이상의 가격을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집을 팔 때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집보다 더 비싼 가격을 매긴다. 이러한 행위는 집을 적시에 판매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좀 더 현명하게 행동하려면 내가 지금 소유효과에 빠져 과도한 가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정박 효과도 우리가 알면서 빠지는 함정의 하나다. 물건 가격을 짐작해 보라고 하면서, 물건을 보여주기 직전에 전화번호 뒷자리가 몇인지 물어본다. 이렇게 하면 전화번호 뒷자리가 큰 숫자인 사람일수록 물건 가격을 높게 부른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 숫자가 마음속에 닻을 내리고, 추측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권장 소비자가격은 정박 효과를 노리고 그 자리에 쓰여 있는 것이다.
후광효과 역시 흔히 사용되는 마케팅 기법이다. 어떤 사람에게 매료되면 우리는 그의 모든 면을 긍정적으로 본다. 조각 같은 외모에 축구도 잘하는데 가정에도 충실한 데이비드 베컴에게 홀딱 빠져 버렸다면, 그가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자동차도 좋아 보인다. 스타 마케팅은 후광효과를 노린 것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스타가 광고하는 상품이라도, 상품 그 자체만을 보고 판단을 내려야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좋아하던 스타까지 싫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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