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 당쟁사> / 지은이 이덕일 / 발행처 도서출판 인문서원 / 2018년 4월 18일 / 값 18,500원
도서출판 인문서원
<조선 선비 당쟁사>(지은이 이덕일, 발행처 도서출판 인문서원)는 조선역사에 스며있는 사림이 등장하게 된 배경부터 세도장치에까지 직간접적으로 궤를 같이하고 있는 권력투쟁사를 통해 붕당이 낳은 핏빛 비극을 역사적 교훈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조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조선정치사에서 빼놓을 수도 없고, 빠져서도 안 되는 게 붕당정치입니다. 조선정치에 등장하는 사림(士林, 새 왕조 개창에 반대하였던 온건개혁파로 자신들의 농토가 있는 고향에 돌아가 학문을 연마하며 향촌 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애썼던 무리)에서 벌어진 최초의 분당은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지는 동서분당입니다.
김효원과 신의겸을 필두로 동인과 서인으로 나뉜 사림이 조선정치사에서 보인 권력투쟁은 한강과 낙동강, 낙동강과 금강을 흐르는 물줄기만큼이나 끊임없고 거셌습니다.
조선정치를 붕당과 권력투쟁으로 점철시킨 이 엄청난 붕당도 거슬러 올라가면 이조전랑(吏曹銓郎)이라고 하는 정5품 관직을 둘러싼 정쟁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조선정치사에서 이조전랑을 둘러싼 정쟁은 한강과 금강,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빗물을 가르는 삼파수 만큼이나 중요한 계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림이 갈라진 계기는 이조전랑(吏曹銓郎)이란 정5품 관직을 둘러싼 정쟁에서 비롯되었다. 이조전랑은 이조의 정랑(正郎)과 좌랑(佐郎)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중략).
합의체적인 정치구조를 지향했던 조선은 이조판서의 전횡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삼사(三司 :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 관리의 추천권은 이조판서가 아니라 낭관(郎官), 즉 이존전랑에게 준 것이었다. 삼사에 대한 추천권을 재상이나 판서가 아닌 전랑에게 준 것은 삼사가 지닌 업무의 특성 때문이다. 삼사는 맑고 중요하다는 뜻에서 '청요직(淸要職)'이라고 불렀다. -<조선선비당쟁사>, 18쪽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수단으로 하는 정치에는 공작, 매수, 조작, 유도, 회유, 이간질, 매도, 협박, 고문, 음해 등 음습하고 악질적인 모든 행위들이 정치적 수단이라는 명분으로 다 포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선역사 속 정치공작삼강오륜과 인의예지신을 가치로 주장하던 그들이지만 권력에 욕망을 품고 정치집단을 이루게 되면 선비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정치모리배가 되는 걸 서슴지 않았으니 역사로 재조명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새겨보는 것이야말로 작금의 정치, 권모와 술수가 넘쳐나는 정치 속내를 꿰뚫어 겨냥해 볼 수 있는 가늠자 구멍이 될 것입니다.
허견의 옥사는 척신 김석주가 주도한 것이었다. 정원로도 김석주가 심어놓은 간자(간자)였다. 정원로가 허견과 친한 사이임을 안 김석주가 정원로를 간자로 심어놓았다고 여러 기록들은 전하고 있다. 광범위한 정치보복이 자행되었다. -<조선 선비 당쟁사> 240쪽
사림들은 떼로 죽인 사화가 권력투쟁에서 비롯됐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모함과 음해, 조작과 고문이 낳은 도륙이었음은 조선역사를 다루고 있는 어느 기록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여느 기록에서 읽을 수 있는 당쟁사, 조선선비들이 주체라 할 수 있는 당쟁과 관련한 기록에서는 그 배경과 과정, 결과 등이 부주제로 취급되며 곁가지처럼 소개되고 있는 경우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조선역사 전반에 미친 당쟁사를 일목요연하게 새기거나 정리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많은 기록을 보며 배경과 과정을 이해하고, 연관성과 결과까지를 아울러야만 가능한 한 분야라 생각됩니다.
이 책에서는 선비집단에 의해 비롯된 권력투쟁, 권력투쟁을 벌이는 과정에 보였던 수단과 방법, 권력투쟁이 낳은 역사적 결과까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어 조선정치사에 스며있는 당쟁사를 조선 역사의 중심으로 읽으며 가지런하게 새길 수 있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조선 선비 당쟁사 - 사림의 등장에서 세도정치까지, 선비들의 권력투쟁사로 다시 읽는 조선 역사
이덕일 지음,
인문서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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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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