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이 마냥 기쁜 고깃집 사장님 "오늘 '소맥' 쏩니다"

남북정상회담 속 '냉면의 정치학'... 평양냉면으로 정치권·한반도 해빙될까

등록 2018.04.27 16:18수정 2018.04.2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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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2층에 마련된 회담장서 발언하고 있다.
발언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2층에 마련된 회담장서 발언하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위원장 : "오기 전에 보니 만찬 음식을 갖고 얘기를 많이 하던데 평양에서 어렵사리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드셨으면..."

'하나의 유령'이 여의도를 배회하고 있다. '평양냉면'이라는 유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오전 환담 자리에서 평양냉면을 언급해 긴장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 "오늘 점심은 평양냉면으로 쏩니다. 하하하"(TV로 정상회담을 보던 중)

숨 죽이며 정상회담 중계를 지켜보던 여의도 정가에서도 '평양냉면' 이야기가 나오자 여기 저기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소개한 평양냉면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에 만찬 메뉴로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의 요청에 화답한 것이다.

"냉면 얘기 들으니까 냉면 먹고 싶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뿐 아니라 우루루 몰려 TV를 시청하던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오늘은 냉면 먹으러 가자'는 말이 연신 들려왔다. 실제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가까운 한 평양냉면 전문 식당은 이날 한때 대기 손님만 200명을 넘기며 북새통을 이뤘다. CNN 등 외신은 '냉면 외교(noodle diplomacy)'라 이름까지 붙이며 "냉면이 한반도를 해빙시킬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여의도 사람들은 줄 서서 기다린 냉면을 먹으며 봄볕 더위를 식혔다.

 27일 여의도 주변 한 평양냉면집에는 손님이 몰렸다. 대기 손님만 116명이다.
27일 여의도 주변 한 평양냉면집에는 손님이 몰렸다. 대기 손님만 116명이다. 김성욱

이날 여의도 평양냉면집에서 식사를 마친 직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윤관석 민주당 의원(인천 남동구을)은 "역사적인 정상회담의 날 평양냉면, 아니 '평화의 냉면'을 먹었다"라면서 "평소에도 가깝고 맛있어 자주 찾는 곳인데 오늘은 사람이 너무 많더라"라고 혀를 내둘렀다.


윤 의원은 "오전에 두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을 보니 더 신나게 점심을 먹었다. 그 장면은 단순히 두 분이 악수를 한 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7000만 동포가 함께 악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했다.

"오늘은 잔칫날, 술 공짜!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중인 김진호 사장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운영중인 김진호 사장김성욱

냉면뿐만 아니다. 정계와 재계가 몰려있는 여의도 식당가에는 이날을 기념한 각종 이벤트들이 열렸다. 특히 여의도에서 2년째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호 사장은 "잔칫날 다같이 소주 한잔씩 걸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우리 식당에선 오늘 하루종일 소주는 다 공짜로, 맥주는 테이블당 한 병씩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잔칫날 술 한잔씩 함께하던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이유가 전쟁과 분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그런 면에서 4.27 남북정상회담이 '기쁜 일'이라고 반겼다.

"왜 이런 이벤트를 하냐고요? 식당 주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잖아요. 예전부터 식당은 문화 공간이었어요. 유럽 살롱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주막 문화도 식당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문화 공간이었던 거거든요.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 식당인데, 만나는 곳에 문화가 없어지고 대화가 없어지면 척박해지고 너무 각박해져요. 그럼 사회 전체가 재미가 없어져요. 그래서 우리 조상들도 주막에서 늘 공연도 하고, 줄놀이도 하고, 많은 것들을 교류했던 겁니다.

근데 그 멋진 문화가 처참한 분단,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면서 뚝 끊겨 버린 겁니다. 당장 먹어야 하고, 먹고 살기만도 힘들고 빠듯한 사회가 되다 보니 점점 그런 문화가 끝나고 각박해진 것이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소주 한잔 꽁짜로 돌린다고만 해도 기자님이 찾아 오시잖아요.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각박해진 거지요.

그런 점에서 오늘 정상회담은 잔칫날이지요. 잔칫날에 술 한잔 나누는 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근데 공동체가 없어지면서 잔치라는 개념도 없어지고, 어깨 둘러싸고 술 한잔 하는 문화도 없어진 거지요. 사실 오늘은, 국가적으로도 11년 만에 일어난 잔치고 기쁜 경사이니, 이 정도 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현실적으로 그렇게 부담 되지도 않습니다. 오늘은 밤늦게까지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어요."

 정상회담 만찬 메뉴인 평양냉면을 소개하는 CNN.
정상회담 만찬 메뉴인 평양냉면을 소개하는 CNN.CNN 갈무리

 27일 여의도 주변 한 평양냉면집. 식사 메뉴로 평양냉면을 택한 이들이 줄에 줄을 섰다.
27일 여의도 주변 한 평양냉면집. 식사 메뉴로 평양냉면을 택한 이들이 줄에 줄을 섰다. 김성욱

#남북정상회담 #평양냉면 #김정은 #문재인 #여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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