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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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대체 비준이란 게 무엇입니까?"비준(ratification)이란 조약(국가 간의 권리 의무에 관해 합의하고 이를 문서화한 것) 체결권자가 조약의 내용을 승인하고, 체약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조약 체결권자가 헌법상 대통령으로 돼 있으므로 비준은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2. 그럼 국회가 조약 체결과정에서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중요조약에 대해서 대통령 비준의 동의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대통령은 조약 중에서 중요조약에 해당하는 조약에 대해서는 비준을 하기 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국회는 중요조약의 '비준동의권'을 갖는 것이지요."
3. 중요조약이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그것은 우리 헌법 제60조에 규정돼 있습니다. 동 조항에 의하면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대해서 국회가 비준동의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습니다."
4. 이번 4.27 '판문점 선언'에 대해 국회 비준동의를 받는 문제가 지금 논쟁 중인데, 이것은 위와 같은 조약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인가요?"그것은 아닙니다. 국회의 비준동의는 원칙적으로 국가간 조약에 대해 생기는 문제입니다. 남북한 관계는 국가간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위 헌법조항이 바로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중요한 남북한 합의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를 받도록 했는데, 지금 말하는 비준동의는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남북간의 중요 합의에 대해 국가간 조약에 준하는 국회 절차를 마련했다고 보면 됩니다."
5. 남북관계발전법에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규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이러한 절차에 특별한 문제는 없는가요?"이 절차는 남북 간의 합의가 있어도 정권이 바뀌거나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그 합의가 휴짓조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상황 변화와 관계없이 남북 합의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한 것이지요. 입법 취지는 나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의도는 좋습니다만,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절차가 남쪽만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지요. 원래 국가간 조약은 처음부터 당사국들이 체결과정에서 국내 비준절차를 전제하고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남북 합의는 그렇지 않죠. 남북 합의는 이제까지 남과 북의 (법률적 효력을 부여하기 위한) 비준절차를 염두에 두지 않고 대표자들이 서명했거든요. 때문에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국회 비준동의를 받는다고 해도, 그것은 남한에 대해서만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이지, 북쪽까지 법적 효력이 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