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과 병가... 학교 '싸움판'으로 번진 '교원 성과금'

경기 A초 교감 '막말'에 교육청 조사, 교장 "다른 학교도 성과금 탓에 다 분란"

등록 2018.05.02 07:47수정 2018.05.0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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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교육청 전경
경기도교육청 전경이민선

교원 성과상여금(교원 성과금)을 둘러싼 실랑이 과정에서 경기지역 한 교감이 교사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격을 받은 교사는 병원 진단 뒤 병가를 냈고, 경기도교육청은 조사에 착수했다. 교원 성과금 제도는 한해 교육성과를 3등급으로 나눠 '스승의 날' 주변에 교원에게 돈을 차등 지급하는 '교원 서열화 정책'이다.

"악 바락바락 쓰며 한번 해볼 게"...교감의 폭언

1일, 경기 A초등학교 B교감(남)과 이 학교 C교사(여) 사이의 대화 녹취록을 입수해 살펴보니, 교감이 목소리를 높이며 "뭔 소리여! 지금 씨, 정말 사람을 갖고 뭘 갖고 놀려", "해보자고 그럼! 나도 이제 악을 바락바락 쓰면서 한 번 해볼 게"라고 폭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오전 11시쯤 경기 A초 교무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자리에는 이 학교 교무실무사와 교장도 있었다.

C교사에 따르면 B교감은 C교사에 대한 교원 성과금 등급 변경 사실을 이의제기 기간이 6일이나 지난 뒤 늑장 통보했다. 녹취록을 살펴보니 이에 대해 C교사는 B교감에게 "이의신청 기간 전에 성과금 등급 변경 사실을 알려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차분한 말투로 항의했다.

하지만 B교감은 오히려 큰 목소리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면서 폭언과 반말을 던졌다.

이 같은 일을 겪은 C교사는 병원으로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따른 전신 근육통이 있어 2주간의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병가를 냈다.


이 교사는 "그날 교감 선생님이 진정어린 사과를 하는 대신에 소리를 지르셔서 수치심과 모욕감도 들고 무섭기도 했다"면서 "성과금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교직 사회를 완전히 와해시키는 등 엄청난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A초등학교 교감의 발언과 이 학교 성과금 문제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르면 2일쯤 학교 방문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에 대해 B교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기자에게 제보한 사람을 알아야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 뒤 기자의 전화와 문자 등에 대꾸하지 않았다.

이 학교 교장은 "B교감이 사과를 했는데도 C교사가 자꾸 항의해서 그런 말이 오간 것 같다"면서도 "교원 성과금에 대한 분란은 다른 학교도 말이 안 나와서 그렇지 다 그런 상태며 성과금이 학교 화합을 제일 많이 깨뜨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돈으로 선생님들 이간질"

교사 인터넷 소통 사이트 등에는 성과금에 대한 게시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교사는 게시 글에서 "저희 학교도 성과금 문제로 부장교사와 영양교사간의 언쟁이 있어 눈도 안 마주친다"면서 "돈 몇 푼에 서로 이간질시키는 이런 제도는 빨리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전교조 경남지부가 지난 3월 29일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교사 2136명 가운데 95.95%가 '성과금을 폐지하고 수당화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보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의 이전 조사 결과와도 비슷하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성과금 폐지를 정부에 여러 차례 건의한 바 있다.

교육부도 올해 1월 인사혁신처에 '교원 성과금제 폐지'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교육부 관계자는 밝혔다. 앞서 지난 해 문재인 대통령 후보 쪽은 대선 기간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에 보낸 교육정책 공약 표에서 '교원 성과금제 폐지'에 찬성한 바 있다.
#교원 성과금 #교원성과상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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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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