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주한미군은 평화협정 체결과 아무 상관없다"

문정인 외교·안보특보 주장에 직접 반박...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

등록 2018.05.02 10:07수정 2018.05.23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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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발언하는 문재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보강 : 2일 오전 10시 48분]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언론기고글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한 것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반박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 참모들과 티타임을 하는 자리에서 문정인 특보의 주장과 관련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다"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아울러 임종석 비서실장이 조금 전 문정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의 이런 말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문정인 특보, <포린 어페어스> 기고글 "주한미군 주둔 정당화 어려울 것"

문정인 특보는 지난 4월 30일 미국 외교전문잡지인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남북 정상회담의 진전과 약속'이라는 글을 통해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문 특보는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에 대해 남한의 보수 야당세력이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라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런 이유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의 철수나 감축, 한·미 동맹 등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 "주한미군은 한반도 중재자... 평화협정 체결 뒤에도 필요"


문 특보의 기고글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이루어지면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는 문재인 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길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진화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문정인 특보는 한편으로는 특보이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 아닌가?"라며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데 그렇게 풍부한 정치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특보로 임명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정인 특보의 그 말에 얽매이지 않는다"라며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주둔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문정인 특보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평화협정은 남북, 북미 사이에 (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남북, 미국, 중국까지 포함하는 의미에서 한반도 전체의 평화정착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주한미군 문제도 그런 관련 속에서 얘기가 나올 것이다"라며 "하지만 주한미군은 중국과 일본 등 강대국들의 군사적 긴장과 대치 속에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어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진화에도 불구하고 문정인 특보의 기고글이 크게 정치쟁점화될 조짐을 보였다. 이에 청와대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대통령이 직접 반박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정치적 오해를 없애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전해진 이후 앞서 언급한 이 관계자는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게 우리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발언이) 문정인 특보에게 특보자리를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문정인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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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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