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면옥 평양냉면평양냉면을 계승한 인천 중구 신포동 경인면옥. 1946년 개업했다.
김갑봉
선주후면은 평양냉면에서 유래우선 인천에서 평양 옥류관 평양냉면과 비슷한 맛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중구 신포동에 있는 경인면옥이다. 1세대 경인면옥 주인장은 1944년 서울에서 냉면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1946년 인천으로 내려와 경인식당이라는 이름의 가게를 열었고, 대를 이어 오늘날 경인면옥에 이르고 있다. 자그마치 70년이 넘는 세월이다.
인천에는 황해도와 평안도 등에서 내려온 이들이 많다. 분단됐지만 얼마 안 있으면 고향에 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에 터를 잡았다. 이들이 고향의 향수를 달래려 찾은 대표적인 음식점이 바로 경인면옥이다.
조미료에 입맛이 길든 이들은 평양냉면이 맛있게 다가오질 않는다. 슴슴한 맛, 밍숭밍숭한 맛이다.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도 기본적인 슴슴한 맛은 쉬이 변하질 않는다.
소 설깃살 등으로 육수를 내는데, 냉면기에 담긴 면이 다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하다. 처음에는 입맛에 낯설지만 이내 구수한 고기 육수향이 감돈다. 냉면이 나오기 전 컵에 나오는 육수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필자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방식은 '선주후면'이다. 말 그대로 술 먼저 마시고, 이어서 냉면을 먹는다. 선주후면은 평양에서 유래한 말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평양에서 감홍로주를 마신 다음날 냉면으로 속을 풀었다고 전한다.
삶은 돼지고기 수육 한 접시가 부족하다 싶으면 녹두빈대떡을 추가해 안주 삼고, 여기다 인천탁주 소성주를 곁들이는 게 인천에서 즐길 수 있는 선주후면의 일미다. 탁배기 한두 사발 비우고 난 뒤 먹는 평양냉면은 또 다른 맛이다.
몽고군이 독성 있어 퍼트린 메밀, 슬기롭게 바꾼 한민족평양냉면에 사용하는 면의 주원료는 메밀이다. 밀가루나 전분과 달리 찰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쉽게 끊어진다. 메밀 100%를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전분과 밀가루를 섞는다. 비율은 주인장 말고는 모르는 법이다.
냉면에는 우리 민족의 슬기가 담겨 있다. 메밀은 몽고군이 고려를 침략했을 때 퍼트렸다. 메밀은 소화가 잘 안 되고 독성을 품고 있다. 우리 백성들에게 먹여서 탈이 나게 하려고 퍼트린 곡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슬기로운 우리 민족은 메밀을 곱게 빻아서 국수를 만들었고, 또 무와 함께 먹으면 소화가 잘 되며 이뇨에 좋다는 것을 알아냈다. 냉면에 무채가 나오는 이유다. 메밀은 여름에 더위를 식히고, 겨울엔 허기를 달래는 음식이다. 피부를 맑게 하고 모세혈관은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