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천막으로 가보니 이미 일어난 친구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뒤로는 그들의 라이더 클럽 깃발이 걸려있다.
김강현
그들에게 뜨거운 물을 받아 전날 사뒀던 컵라면으로 해장을 했다. 보드카를 마셔서인지 숙취는 없다. 컵라면을 다 먹고 그들이 준 빵과 소시지도 먹고 있는데, 우리 앞에 '율리안'이라는 여성 라이더가 앉았다. 영어를 할 줄 아는 그녀는 우리 여행에 대해 질문했고, 우리는 질문에 대답하며 아침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자 그녀는 아침인데도 보드카를 한 잔 가득 따라 마시더니 담배를 물고는 우리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다. 기사로 얼핏 보긴 했지만 그 내용을 잘 모르고 있던 나는 모른다고 대답했고, 그녀는 그 진실을 알려주겠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영토분쟁이 한창이던 크림반도 부근에 산다는 그녀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그 지역에 사는 러시아인들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저지르고 있어서 도저히 살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참 전에 이미 끝난 일인 줄 알았는데, 그곳에 살고 있는 그녀에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위험이었다. 짧은 영어로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더 이상 슬프지 않길 바란다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녀는 너무 진지했던 게 미안하다고 했고,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보드카를 한 잔 따라 마셨다.
기약할 수 없는 마지막 인사... "형제라고 불러줘서 고마워"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기기 위해 텐트로 향했다. 젖어있는 짐을 배낭에 대충 넣고 바이크에 올린 후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동여맸다. 이제 그들과 이별할 시간이다. 하룻밤을 같이 보냈을 뿐인데 정이 많이 들었기에 이별은 아쉽기만 하다.
지금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처음 만날 때처럼 우르르 몰려나와 우리에게 인사하며 우리 여행이 안전하길 빌어줬다. 그들도 나처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과 슬픔이 가득한 표정이다.
눈시울이 붉어진 나는 핸드폰을 꺼내 정확하지도 않은 번역기를 돌려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형제들에게 진심을 담아 인사를 건넸다.
"친구라고 말해줘서, 형제라고 말해줘서 고마워. 내가 어디에 있든 너희를 잊지 않을 거야."자투리 여행정보 08 - 크림반도 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