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의 선다원에서 다도 사범 김진의씨를 만났다.
이재환
부드러운 꽃 잎차 한잔은 심란한 마음을 달래 주기도 한다. '다도 사범' 김진의(53)씨는 아무리 바쁘게 살더라도 누구나 인생에서 쉼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전통차를 따르고, 마시는 순간만큼은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김 사범은 "차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전통차를 마시는 순간만큼은 남의 말(험담)을 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김 사범은 서울시 서대문구 독립문 근처에서 태어난 서울 사람이다.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영천 시장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눈은 유난히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아무래도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 듯 보였다.
부모님들이 충남 예산 광시로 귀촌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산이 친정집이 되었다. 미리 귀촌해 있던 부모님을 따라 진의씨도 지난 2000년 예산으로 내려왔다. 그가 귀촌을 선택한 것은 어릴 때부터 유난히 아픈 곳이 많았던 아들 때문이었다. 시골살이가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그의 아들은 요즘 최전방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상태이다.
지난 4일 충남 예산의 '30년 전통찻집' 선다원에서 그를 만났다. 70년대의 느린 가요와 옛날차가 어우러지며 묘하게 추억을 자극했다. 김 진의씨는 다도 사범 10년 차인 어머니를 따라 사범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다도를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친구들과 차를 나눠 마시며 나이가 들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또 봉사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도의 장점인 것 같다. 아이들에게 다도를 통해 인성과 예절을 가르칠 수 있다. 70이 넘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다도 대회 특별상 받은 새감마을 아이들, 짠했다실제로 김 사범은 덕산에 있는 보육원 새감마을과 신양의 중증장애인 시설 아름다운집에서도 무료로 다도 봉사를 하고 있다. 얼마 전 그의 제자인 새감마을 아이들은 사단법인 한국차문화협회에서 주최한 전국청소년차문화예절 경연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