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중 교통사고 당한 반달곰, '영역확장 기대' 속 '걱정'

KM-53, 5일 통영대전고속도로 사고 ... 현재 태봉산에서 거창 방향 이동 중

등록 2018.05.11 14:53수정 2018.05.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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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사진 속 곰은 'KM-53'이 아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사진 속 곰은 'KM-53'이 아니다). ⓒ 거창군청


'KM-53'이란 이름을 가진 반달가슴곰(반달곰)이 또 다시 지리산을 벗어나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하고, 도중에 고속도로를 지나다 버스에 친 것으로 알려져 '영역 확장'의 기대 속에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11일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사)반달곰친구들, 거창군청 등에 의하면, 현재 'KM-53'은 거창으로 이동 중이다. 이 곰의 최종 목적지는 김천 수도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 서식지에서 수도산까지 거리는 90km.

2015년 1월에 태어났던 KM-53은 이미 두 차례 지리산을 벗어나 수도산으로 갔던 적이 있다. 태어났던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던 이 곰은 지난해 6월 수도산에서 발견되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당시 이 곰을 포획해 지리산에 방사했다. 그런데 KM-53은 다시 지리산을 탈출해 수도산으로 갔고, 재포획되어 지리산에 재방사 되었다.

KM-53은 두 차례나 지리산을 벗어나 수도산으로 이동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이 곰의 이동 경로는 산청 생초-거창 감악산-숙성산-미녀봉-비계산-우두산-단지봉을 거쳐 수도산에 갔다. 이 곰에는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어 이동경로를 알 수 있다.

5월 들어 이 반달곰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KM-53이 이동하던 도중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이 곰은 지난 5일 오전 4시경 통영-대전간 고속도로 함양분기점 인근에서 고속버스와 충돌했다.

이같은 사실은 버스운전기사가 지리산 국립공원사무소에 야생동물과 충돌했다며 신고했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고속버스에 묻은 짐승의 털과 배설물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버스에 친 동물이 KM-53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공단은 이 곰이 현재 함양~산청 경계인 태봉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태봉산은 지리산에서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공단 소속 수의사가 20m 거리까지 접근해 육안으로 확인해 보니, 왼쪽 앞다리가 조금 불편한 상태에서 보행하고, 외상이나 피를 흘린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이 곰이 현재 거창 쪽으로 북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11일 거창군은 "청정 자연환경이 반달곰의 '영역확장 DNA'를 깨웠다"며 "현재 KM-53이 거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창군은 군민의 안전을 위해 반달가슴곰을 마주쳤을 때의 행동요령을 홍보하고 있다. 거창군은 "가까이에서 곰을 만났을 경우에는 소리를 지르지 않고 곰에게서 멀리 벗어나야 한다"며 "이때 돌이나 물건을 던지지 않아야 한다. 혹시라도 새끼 곰을 발견하면 절대로 접근하지 말고 그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거창군 관계자는 "반달가슴곰을 발견하면 위치를 신고해 주기를 바란다. 반달가슴곰으로 인한 농작물이나 인명피해 발생 시 보상체제를 갖추고 있으니 천연기념물인 반달가슴곰을 포획하거나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당부드린다"고 했다.

(사)반달곰친구들은 "다행히 KM-53은 평소 이동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며 "앞으로 KM-53의 이동을 방해하며, 인간의 시선으로 반려동물 대하듯 또 다시 잡아들이는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KM-53, 일단 지켜보자. 지켜보며 지리산 반달곰의 분산 예측지역에 있는 주민들을 만나고, 해당지역 도로에 간이 안내판이라도 설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반달곰친구들 윤주옥 이사는 "KM-53이 지난해 6~7월 수도산으로 이동할 때는 고속도로를 건너지 않고 아래로 돌아가는 길로 갔는데,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지나다 버스와 충돌한 것"이라며 "버스에 치였기에 현재는 몸 상태가 좋지는 않을 것"이라 했다.

윤 이사는 "곰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사고를 당하고 보니 당황스러운 상황이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 곰 복원사업에 참여했던 수의사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사고가 난 지 닷새 정도 지났는데 움직인다는 것은 장기파열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포획에 반대했다. 그는 "곰의 외상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포획을 해야 하나, 사고를 당한 상태에서 흥분해 있어 포획을 시도했다가는 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야생동물은 자가 치유 능력이 있으니 빨리 건강을 되찾도록 기대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앞으로 2~3일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KM-53 #반달가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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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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