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사고지난 9일의 사고
JTBC
아이들의 성화에 겨우 눈을 뜨고 화면을 보니 낯익은 공간이 나오고 있었다. 분명 우리 회사에서 얼마 멀지 않은 도로였는데, 뉴스 자막에는 자전거 등교 고교생이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고 나오고 있었다. 대형 아파트 단지와 학교 4개가 몰려 있어 항상 교통사고의 위험이 큰 바로 그곳이었다.
"아빠, 학생이 교통사고 때문에 죽었나봐.""그러네. 너희도 조심해야 돼.""우리 동네 교통사고 너무 나는 거 아냐?""요즘 공사 많이 하잖아. 트럭들도 많이 돌아다니고. 그러니까 항상 조심해야 해. 복댕이 너는 집에서 나갈 때 골목으로 갑자기 확 뛰어 나가지 말고."
또 마지막에는 잔소리 비슷하게 끝나는 아이들과의 대화. 분명 잘못은 어른들에게 있는데 결론은 '아이들의 조심'이라서 미안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은 아이들을 조심시키는 수밖에 없는 걸.
다음 날. 까꿍이는 퇴근하는 나를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 아빠, 대박 사건!""뭔데? 왜 이리 흥분했어?""어제 TV에 나온, 그 교통사고 나서 죽은 오빠 있잖아.""응. 그 자전거 타고 등교하던 고등학생, 왜? 또 아는 사람이야?""비슷해. 우리 반 친구 형의 친구래. 헐."
할 말이 없었다. 아직 10살 밖에 되지 않은 까꿍이 주위에서 벌어진 두 번째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녀석은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당장 작년에 있었던 그 사고를 기억하는 것 같았다.
친구의 죽음지난해 여름 주말이었다. 갑자기 동네 단톡방이 시끄러웠다. 암사동 골목에서 어린 초등학생이 택배 차량에 치여 숨졌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내용인 즉 세워져 있던 택배차가 퀵보드를 타고 지나가던 아이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출발해서 벌어진 사고였다. 아이는 멀쩡해 보였지만 병원에 옮기고 나니 그대로 숨을 거뒀다고 했다. 소문에 의하면 엄마에게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 끔찍한 사고에 가슴 아파하고 있는데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아이가 까꿍이와 1, 2학년 같은 반, 1학년 때 첫 번째 짝이라는 것과 그 사고를 목격하고 신고한 이가 우리와 함께 일하는 지역 코디네이터라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