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에서분수 앞에서도 마스크
이희동
돌이켜보건대 미세먼지가 우리네 삶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은 최근에 와서다.
예년 같았으면 봄에 황사가 많거나 안개 때문에 시야가 안 좋겠거니 했겠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게 미세먼지 때문이 됐다. 미세먼지의 공포가 공기와 관련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게 된 것이다.
물론 그전부터 대기오염은 계속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기오염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미세먼지가 우리 건강에 얼마나 나쁜지, 그리고 대기오염을 개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사람들이 알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뚜렷한 해답이 없는 현실에 절망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외출하기 전에 미세먼지 예보를 들여다보게 되었으며, 혹여 행사를 하나 진행하더라도 미세먼지는 우천만큼이나 큰 변수가 되었다. 미세먼지가 나쁘면 아무리 연휴더라도 사람들은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마스크는 가정의 필수 품목이 되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미세먼지는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다 큰 성인과 달리 아이들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만큼 미세먼지가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인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쓰지 않더라도 아이들에게는 마스크를 씌우며, 미세먼지가 심하면 아무리 학교라도 보내기 꺼려지는 게 부모 마음이지 않은가.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이민가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 마음도 모르고 마스크를 써서 답답하다며 툴툴대지만 어쩔 수 없다. 국가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지금, 이렇게라도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는 수밖에.
북핵보다도 무서운 미세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