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6차 협상이 시작됐던 2007년 1월 15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정문 앞. 민주노동당 의원단이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내가 기억하는 가장 힘든 단식농성은 2007년 1월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한미 FTA 6차 협상에 반대하며 했던 농성이다. 단 5일이었는데, 지독히 힘들었다. 그해 겨울 신라호텔 일주문 앞은 왜 그리도 추웠을까? 양말을 두 겹으로 신고, 털목도리로 겹겹이 싸매고, 내복을 아무리 껴입어도 남산자락 칼바람을 막을 수가 없었다. 천막도 칠 수 없어 의원들은 길 복판에서 비닐을 덮고 잤는데, 아침에 가서 비닐을 들추면 얼음이 우수수 떨어졌다. 빨갛게 얼어붙은 의원의 홀쭉한 뺨을 보면서 '국회의원 정말 아무나 할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진보정당 국회의원은 아무나 할 일이 아니었다.
이처럼 진보정당이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했던 17대 국회(2004년~2008년) 때는 정말 농성을 많이 했다. 농성과 집회를 그만하고 싶어서 정치를 시작했는데 어찌된 게 원외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우리는 소수 정당이었고, 원내에서 다른 정당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 시민들에게 직접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농성을 하는 이유는 모두 중요했고, 하나같이 절박했으며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계속되는 농성은 심신을 지치게 만들었다. 원내에 진출하면 '거리의 정치'를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부에게 우리의 의견을 전하는 방법은 같았다. 정치를 통한 해결이 아니라 '거리의 확장'에 머문 것은 아닌지 괴로웠다.
물론, 정치인의 단식농성은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다'남들보다 더 자주, 더 많이 했던 농성 끝에 얻은 교훈은, 정치인의 단식농성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는 게 정치의 기능이자 역할이고, 그것은 협의와 설득의 과정인데 단식농성은 일방적 의사표현이기 때문이다. 의회에서는 의회의 방법이 우선돼야 한다. 보다 합리적인 제도와 절차, 규범을 마련해 가고, 상호 간에 정해진 규칙을 준수할 때에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인정할 수 있는 합의를 할 수 있다. 이는 여야 간 서로의 입장이 바뀌어도 지속돼야 한다.
물론 정당은 의견의 차이로 인해 국회 안에서 대립할 수도 있다. 국회는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곳이기에 시민들 사이의 갈등이 국회 안에서 표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갈등이 존재하고,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그 양상도 다양하다. 국회는 왜 늘 싸우고 있냐는 질문은 정치의 본질을 간과한 것이다. 문제는 싸움의 방법이다.
박찬표(2002)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의회는 '경합장형 의회'로써 기능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국회는 '민주-반민주 구도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경쟁의 장'이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타협의 여지가 적거나 거의 없다. 상대를 닦아세워야 정치적 기반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권위주의 정권의 해체와 민주화가 진행된 시점에서 국회는 '정책결정형 의회'로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고 했다. 정책결정형 의회는 공적 절차가 중요하며 이성과 논증을 통한 합의를 기반으로 한다.
말한 대로, 의회는 '경합장형'이 될 수도 있고, '정책결정형'이 될 수도 있다. 대결을 정치의 방법으로 삼을 수도 있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의회가 갈등 해결의 장이 아니라 갈등을 무책임하게 확대하는 장이 되고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을 얼마나 평화적으로 잘 관리하느냐가 정치의 실력과 수준을 판가름 한다.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치는 나아가 사회 통합에 기여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정치의 모습이다.
세상에 완벽은 없다... 여당만큼 야당도 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