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포스터
이상기
박수근 파빌리온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생생활활'로 이름 붙여진 생명포스터다. 모두 10점이 걸려 있다. 사소하고 개인적인 생명과 사물의 가치에 주목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삶을 위한 예술'이다.
죽고 죽이는, 먹고 먹히는, 상대가 안 되는,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는, 비교 불가능한 두 대상을 통해 공존의 가능성을 찾으려고 한다. 투우와 투우사, 늑대와 양, 토끼와 거북, 여우와 두루미, 체조 요정과 기린을 대비시켜 기존의 생각을 깨뜨리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두 번째 공간에서 만나는 것이 나무, 한지, 철판 등 재료를 혼합하고 아크릴 칼라로 색칠을 한 작품들이다. '논(갑천에서)', '풀밭', '생각하는 사람', '감나무 아래 서 있는 사람' 등이 대표적이다. 이것 역시 생명존중을 보여준다. 왜냐 하면 작품이 사람 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을 표현하는 색깔이 어둡고 강렬하다. 민중미술적인 경향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