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모비스의 지배회사 전환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회사의 모듈-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글로비스로 넘기고, 존속법인은 자율주행차 등 핵심부품사업과 투자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또 이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적하던 순환출자 구조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개편안이 자동차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최선의 안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곧바로 자신들의 주식 보유액을 언급하며 지배구조 개편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의 주장과 반대로 기업 경영 구조 단순화, 주주이익 증가 등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또 모비스-글로비스의 분할-합병에 대해 사업적인 타당성이 부족하며, 글로비스의 기업가치에 대한 셈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모비스 주식 1주당 글로비스 주식 0.6주를 부여한다. 이어 엘리엇은 성명을 통해 찬반투표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다른 주주들에게도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이에 정의선 부회장은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까지 진행하며 개편안의 당위성을 피력하며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발표된 개편안이 주주친화정책의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말과 달리 이를 보완하는 추가 정책 발표는 없었다.
모비스는 지난 6월 완공한 서산주행시험장을 언론에 처음 공개하며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자율주행차 등에 대한 기술개발 현황을 소개하며 회사가 분할-합병해 핵심부품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정당성을 설파한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이 같은 움직임은 통하지 않았다. 엘리엇에 이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아이에스에스(ISS), 국민연금 등이 추가로 개편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향후 모비스-글로비스 주식 가치 비율 조정 예상현대차그룹이 부족한 논리로 개편안을 관철시키려 했다는 점이 무리수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유지웅 이베스트 연구원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전부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 개편안 재추진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편안을 반대한 자문사들이 논리를 분명했던 반면, 찬성 측의 논리가 부족했던 것도 주주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던 부분이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국민연금의 반대 뜻이 이번 개편안 철수 결정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연금은 모비스의 2대 주주(지분율 9.82%), 글로비스의 3대 주주(지분율 10.8%)다.
유 연구원은 추가 조치에 대해서는 기존 개편안의 틀이 유지될 것으로 봤다. 그는 "큰 틀에서는 분할합병 구조를 가져가되, 주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분할-합병 비율에 조정이 있을 것"이며 "지주회사 전환 등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예상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아무개 연구원은 주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이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주의 이익과 연관된 결의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비친 주주가 회사 측에 자신의 보유 주식에 대한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모비스는 이번 개편안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의 가격을 23만 3429원으로 책정했었다.
한 연구원은 "엘리엇의 공세 이후 모비스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청구권 이하로까지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이렇게 되면 주주들이 차익을 위해 반대표를 행사함으로써 주가를 더 낮추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찬반투표에서 부결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 설사 가결된다 하더라도 주가가 떨어진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입장에서 모비스가 현금 유동성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으로 봤다.
그룹 측은 개편안 재추진 발표 외에 추후 계획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향후 주주들의 동의안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 환원으로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개편안 재추진 뜻을 밝혔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개편안 철회에 따라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던 임시 주주총회도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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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시장과 소통 부족 절감" 일단 후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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