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책 표지
사이언스북스
여기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책이 한 권 있다.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문명과 폭력의 상관관계를 밝힌 현대판 고전이다. 2014년에 발간됐으므로 현대판이지만, 지식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필독서로 이미 널리 알려졌다는 점에서 고전(classic)이다.
저자 스티븐 핑커는 인간의 삶이 문명화되어 갈수록 오히려 폭력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가장 문명화된 21c가 인류의 유사 이래 가장 평화로운 시기라는 것이다. 오히려 근‧현대 국가가 합법적인 권위체로서 형벌권을 독점하기 전까지, 상고시대부터 중세 직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의 삶은 시쳇말로 툭하면 싸우고 욱해서 죽이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테러리즘이 판치고, 나라끼리 핵으로 위협을 일삼고, 사이코패스가 미디어의 단골손님인 바로 이 21c가 역설적으로 인류 역사상 제일 '덜' 폭력적인 시대라니 조금 의아하기는 하다. 그러나 핑커 교수는 방대한 사례와 통계 자료들을 통해 자기 주장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차근히 입증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학문의 이론들을 곁들이기도 한다. 그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찾기 위해 장장 1408쪽에 이르는 여정을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이 망망대해 속에서 독자들이 길을 잃지 않고 원만히 여행을 끝마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핵심개념들을 지표로 삼아서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세 개의 핵심 키워드, '악마성, 천사성, 환경'
첫째, 인간의 '악마성'이다. 저자는 인간의 악한 성향이 결코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맞춰 본인에게 이익이 될 때 발현하는 일종의 전략이라고 본다.
따라서 증오와 분노로 인한 폭력은 사적인 영역에서 무척 제한적으로 일어나는 일일뿐, 실제 인간 사회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규모 폭력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는 "①이익 갈취, ②권위와 권력 확보, ③복수를 통한 공정성‧정당성 추구, ④가학적인 쾌락, ⑤이데올로기 수호 등"이 있다.
둘째로 인간의 '천사성'이다. 인간은 악마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반면에 한편으로는 선한 본성도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네 가지다. "①타자에 공감하여 감정을 이입하는 능력 ②충동적으로 행동할 때 발생할 수 있을 결과를 예상하고 손익을 따져본 뒤 충동성을 조율‧통제하는 능력 ③관습‧도덕‧윤리처럼 반(半, half)강제적인 규율이나 규범 등 일련의 규칙을 설계하는 능력 ④과거의 모순‧부조리 등을 개선하여 생존 확률을 높이려는 반성기제로서의 이성능력"이다.
마지막으로 외부 조건, 즉 '환경'이다. 이 책은 비록 제목에 '본성'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그것만이 인류가 평화 사회를 구축할 수 있게 된 절대 유일한 요인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인간의 생물학적 요인인 본성도 중요하지만, 그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환경 요인에도 주목한다. 악한 심성을 억제하고 선량함을 야기하는 제도나 역사적 상황들이다.
구체적으로, "① '부족→소국→왕국' 그리고 현대 주권 국가에 이르면서 점차 지배력이 강화된 리바이어던(단순하게 말하면 '정부'를 은유) ②경제적 이익을 교환함으로써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줄여준 상업 문화 ③여성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를 존중하려는 여성화 추세 ④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더 많은 이들이 타인의 감정에 이입하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게 된 세계화 ⑤야만적인 사고나 행동보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장려하는 시대정신"이다.
'문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