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때문에 소송전이 벌어진 마을 공동체는 쑥대밭

[현장] 충남 공주시 고성저수지 마을과 벚나무 지장물 소유권 법정 다툼

등록 2018.06.11 08:22수정 2018.06.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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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정안저수지 주변으로 수장 위기에서 옮겨 심은 벚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정안저수지 주변으로 수장 위기에서 옮겨 심은 벚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 김종술


[기사 수정: 14일 오전 10시 40분]

한국농어촌공사 저수지 둑 높이기 과정에서 수몰 위기에 처한 벚나무 보상금을 놓고 주민 간 싸움이 벌어졌다. 2012년 벚나무 '지장물' 보상금으로 받은 1억6천만 원이 화를 부른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없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주민 간 갈등이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는 풀꽃이랑 마을로 유명하다. 3면이 300~500m의 병풍처럼 산이 두르고 마을 중앙에 큰 저수지를 끼고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지역이다. 마을은 저수지 상류를 중심으로 생활권이 형성되어 있다.

70% 정도가 산간지대이며 예전에는 오직 담배 농사만 짓던 첩첩산중,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된 산과 들, 야생화, 물이 청청한 상태로 보존된 탓에 오지마을이란 장점 때문에 귀촌 귀농이 늘면서 외지인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제보를 받고 찾아간 10일 마을로 향하는 (4대강 사업 당시 고성저수지) 정안저수지 입구엔 '아름풀꽃권역 안내도'가 서 있다. 둑 높이기 사업으로 한층 높아진 저수지는 망초, 칡, 아카시아, 금계국 등 잡풀들만 우거져 있다. 인근 야산에 심어 놓은 밤꽃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저수지 둘레에는 벚나무가 푸르게 자라고 저수지 강물에 떠 있는 낚시 좌대에는 낚시꾼들이 낚시 삼매경에 빠졌다. 겉보기에는 마을은 평화로워 보였다. 

4대강사업이 불러온 싸움 

a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정안저수지 주변으로 수장 위기에서 옮겨 심은 벚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정안저수지 주변으로 수장 위기에서 옮겨 심은 벚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 김종술


2011년 한국농어촌공사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충남 공주시 정안면 정안저수지(당시 88만 9000㎥)에 157억 원을 투입해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했다. 마을의 저수지 둑을 높이면서 1997년 경 식재된 벚나무 386그루가 수장될 위기에 처했다.


30여 년 전, 정안면 고성리에 있는 교회와 지역 주민들이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벚나무 1000그루 정도를 고성저수지 둘레에 심었다(2012년 현재 살아남은 벚나무는 386여 그루). 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하면서 벚나무를 다 베어버릴 거라는 사업 계획이 알려지고 지역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사업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벚나무를 심은 OOO목사가 보존을 요구하면서 주민들은 수생식물 외 3건은 마을에서 받고, 벚나무는 OO교회에서 받아서 보존을 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000 목사가 얘기했다. 주민들은 '벚나무보존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보상금을 거부하며 조경수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뒤 공사가 끝나고 원래 자리로 그대로 옮겨달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20년 가꾼 벚나무 400여 그루, 4대강 사업에 '싹쓸이'?).


한국농어촌공사는 벚나무 이전비용을 포함 1억6천만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벚나무보존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OO교회 목사는 보상금으로 받은 돈 중 1억2천만 원은 조경업자와 계약 후 식재를 끝냈다는 내용을 목사로부터 전해 들었다.

다시 벌어진 소유권 전쟁

a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표지판이 저수지 입구에 서 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표지판이 저수지 입구에 서 있다. ⓒ 김종술


2017년 '고성리 마을회'는 목사를 상대로 (변호사)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소송대리인을 통해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을 통해 '보관금'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저수지가 1976년 경 축조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주민들의 전답과 주택이 있어 생활터전이었다가 저수지는 농어촌공사 소유, 그 주변 도로와 가로수 등 시설물은 마을 주민들의 공공복리를 위한 중심으로 상인의 영리를 위하여 나무를 식재할 수 없는 곳이다. 마을에서 60년 이상 거주하며 벚나무에 대해 잘 아는 주민들은 '고성저수지 벚나무는 1990년대에 마을 주민들이 동원되어 함께 심었고, 식재 이후에도 거름주기, 가지치기, 잡초제거 등을 통해 가꾸어 왔다. 1990년대 마을 이장이었던 OOO씨가 저수지 주변에 벚나무를 심기 전에 마을 임원회를 통해 결정하고 동민들을 참여하여 함께 심었다.

1990년대 벚나무를 심을 당시에 청년회 회장이 OO교회 OOO 전도사가 마을 발전을 위하여 벚나무 묘목을 제공할 테니 저수지 주변에 심었으면 좋겠다고 하여 주민들과 함께 묘목을 옮기고 심었다. 그리고 한국농어촌공사가 벚나무 보상금으로 1억6천만 원을 수수하기로 합의서를 작성할 당시 개인이 아닌 대책위원회에 준 돈을 OOO 목사가 벚나무 식재하고 관리한 보상금이 마을의 소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벚나무 소유권 전쟁

a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입구에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정안저수지가 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입구에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정안저수지가 있다. ⓒ 김종술


OOO 목사는 "벚나무는 37년 전 이곳 OO교회에 부임하여 마을의 상징인 저수지 주변을 가꾸기 위한 목적으로 1994년 구입한 나무를 3년간 교회에서 키우다가 1997년 정안저수지에 옮겨 심었다. 당시 마을 주민과 함께하자고 요구했지만, 동참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전광역시 유성교회에 요청해서 청년 20여 명이 와줘서 함께 심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12)당시 OO교회와 '마을회'에서 소유권과 보상금을 놓고 주민들이 갈라서면서 시끄러웠지만, 1994년 4월 6일 논산 소재의 농원에서 벚나무 1천 그루를 일백만 원에 구입한 확인서와 벚나무 식재 과정에 참여한 OO교회 목사의 확인서가 제출되면서 자신의 소유라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벚나무 보상금이 들어오자 자신을 대책위원장에서 해고했다. 그래서 벚나무 지장물로 받은 보상금 가운데 1억2천만 원을 주고 조경업자에게 위탁하여 벚나무를 옮겨 심었다. 나머지 4천만 원은 이후 조경수 관리비용으로 남겨 놓았다. 지금 몇 사람이 주동해서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데, 그들 중 나무에 물 한 바가지라도 주고 죽은 나뭇가지 하나라도 잘라준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묻고 싶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고성리 마을 이장은 이와는 다른 주장을 했다.

"목사님이 벚나무를 사서 마을의 미래를 위해 기증한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벌어졌고 마을 '벚나무보존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목사님한테 3번에 걸쳐서 1억6천만 원이 입금됐다. (벚나무) 보존을 하겠다고 했으니 잘 보존을 할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는지 마을 회의에서 얘기를 해야 했는데, 대책위가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그리고 보상받은 금액 중 일부 금액이 남은 것은 마을의 경관 사업으로 내놓았으면 되는데 돈도 내놓지 않고 회의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신뢰가 무너진 것이다. 

2012년도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주민들이 이장인 저한테만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서 목사님 앞으로 내용증명을 통해 보냈는데 받지 않고 되돌려 보냈다. 마을과 같이 소통해야 하는데 소통이 되지 않고 따로따로 놀면서 우리를 무시한다는 생각에 소송하게 되었다. 엊그제 판결에서 마을에 7천만 원을 입금하라는 판결이 났다. 판결문이 나오면 마을 총회를 알릴 계획이다."

이에 대해 OOO 목사는 "소송에 제기된 자료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졌다. 마을 주민들이 벚나무를 심지도 않았고 보존도 하지 않았다. 벚나무 외에도 5년 전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때 마을에서는 1억4백만 원에 도장을 찍어줬다. 내용증명은 받을 이유가 없어서 받지 않았다. 처음에는 1억6천만 원 다 요구하더니 차츰차츰 내려서 7천만 원을 달라고 하는데, 줄 이유가 없다. 덫에 빠진 느낌으로 고법에 항소할 예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나지 않은 4대강 싸움

a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정안저수지에서 흘러드는 하천도 새롭게 단장했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리 정안저수지에서 흘러드는 하천도 새롭게 단장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이 주민들 사이를 갈라놓은 것은 이곳만이 아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4대강으로 인해 약 3200만 평, 즉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달하는 경작지가 사라졌다. 몇 대째 그곳에 살던 강변 경작지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대신 돈다발을 손에 쥐었다. '농업인손실보상금' 명목으로 제곱미터당 2140원씩 받았다. 영농보상금으로 뿌려진 돈은 약 5800억 원이다.

그러나 농촌 마을에 떨어진 돈다발은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억대 보상금은 시골 마을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그들은 메마른 삶을 살고 있다. 보상금을 노린 꽃뱀과 노름꾼들이 달려들었다.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보상금을 날리고 농사를 포기한 채 도시 빈민으로 전락한 이들도 많았다. 심지어 한 농부는 고령의 나이에 아내를 버리고 자식들을 피해 집을 나왔다가 길거리를 전전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10년간 4대강 취재만 해온 기자가 만났던 사람들은 오늘도 고통 속에 살아간다.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과 받지 못한 사람들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취재를 끝내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한 주민이 내뱉은 말이 비수처럼 가슴을 찔렀다.

"우리 마을은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마을에 2차선 길도 뚫리고 좋아져서 축복받은 마을이다. 고마움은 알고 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런 문제도 없었다. 4대강이 없었다면 예전처럼 잘 지내고 (소송 전)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인데... 시간이 흐른다고 마을에서는 잊히는 일이 아니라서 참 안타깝다."
#4대강 사업 #주민 간 소송 #한국농어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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