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책 표지.
창비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저자 하재영이 동물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에서 2013년부터 활동하면서 본, '버려진 개'들에 대한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개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는 가장 나은 처지인 반려동물이자 최악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식용동물'이라고.
정말 그렇다. '반려동물'이라고 하면 바로 첫 번째로 생각나는 동물이 개인데, 분명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학대받는 개들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 낸 통계를 찾아보니 2016년 한 해 동안 구조된 유기동물은 8만9732마리고, 그 중 개는 70.9%인 약 6만3천마리다. 유기된 동물도 많고, 그 중에 개가 제일 많은 것이다.
사실, 어떤 종류의 동물이든 직접 키워보지 않는 사람은 동물학대의 문제에 무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저자 역시 유기견인 '피피'를 거둬들이고 나서부터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동물 학대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인간이란 존재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얼마든지 눈을 돌려도 될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개들은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강아지 공장'에서 강제로 교배된다. 케이지는 오물로 가득 차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하고, 거기서 배출된 가스 때문에 눈물까지 날 지경이다.
가정에서 반려견으로 사는 개들의 수명은 15년 정도인 반면에 번식장에서는 길어봤자 8년 정도라고 하니 '동물복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소위 말하는 '공장식 축산'의 현실이다. 애견 미용사 김명진씨의 인터뷰에서는 번식장의 개가 실려 와서 실습의 대상이 되는 현장을 경험하며 느꼈던 자괴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개를 번식장에서 빼내는 게 저한테는 구조지만 번식업자한테는 재산을 넘기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애초에 그건 안 되는 일이었던 거예요. 그 말티즈처럼 숨만 붙어 있어도 데리고 있는 건 돈이 되기 때문이겠죠? 그럼 그런 개도 교배를 시키고 번식을 시키는 걸까요? 그날 말티즈를 보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네가 한번 더 여기에 올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말티즈는 다시 오지 않았어요. 죽었겠죠. 번식장에서."
유기동물을 신고하면 가게 되는 위탁 보호소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름만 들으면 적어도 '개공장'보다는 개들이 행복하게 살 것만 같다. 하지만 보호소는 법적 운영 기준이 불명확해 관리 수준은 소장 개인의 인식에 달려있다고 한다. 특히 보호소의 현황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자주 접하는 자연사, 안락사, 입양 같은 단어들은 현실을 종종 은폐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에 가서는 보호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
보호소에 들어간 동물의 '자연사'란 신체가 노쇠하여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는 상태를 뜻하는 언어가 아니다. 그저 '안락사가 아닌 죽음'을 의미하는 언어다. 이것은 교통사고나 급성질환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동물을 죽을 때 까지 방치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일부 부도덕한 보호소들이 이런 행위를 하는 이유는 보조금의 지급 방식과 관련이 있다. 유기동물이 공고 기간 10일이 끝나기 전에 원 소유자에게 돌아가거나 폐사하면 실제 보호기간에 대한 보조금만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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