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정삼면이 마루인 임대정은 주요 조망 대상이 세 방향이 된다.
김종길
명나라의 계성은 차경(借景)의 종류로 먼 곳의 경물을 차용하는 '원차(遠借)', 가까운 곳의 경물을 차용하는 '인차(隣借)', 높은 곳의 경물을 차용하는 '앙차(仰借)', 낮은 곳의 경물을 차용하는 '부차(俯借)', 시절 풍경에 따라 경물을 차용하는 '응시이차(應時而借)'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사물의 정경이 잘 나타나면 절로 시선이 멈춰지고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볼 때 임대정은 물의 공간인 연못과 섬은 근경(近境)으로 '인차'가 되고, 주변 자연 경관은 원경(遠景)으로 '원차'가 된다. 이것은 묘하게도 가까운 곳은 인간의 영역으로, 먼 곳은 자연의 영역으로 대비된다. 그러면서 연못과 섬은 원경인 자연을 축소하여 본뜬 축경(縮景)의 의미도 띠게 된다. 이것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내려다보는 부감(俯瞰)과 올려다보는 앙감(仰瞰)으로 각기 '부차'와 '앙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