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노동자가 일하던 공장 내부 모습
KBS 뉴스화면
메탄올 중독, 구의역, 특성화고 실습생 등 청년들이 일하다 다치거나 죽는 일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비정규직에게 위험한 업무가 전가되는 '위험의 외주화'는 근절되고 있지 않다.
위험에 노출된 공장 안의 '장그래' 그렇다면 사건은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시안화가스에 중독된 노동자는 남동공단에 A업체라는 직원이 7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A업체는 냉장고에 들어가는 프레스를 대기업 하청업체에 납품하는 회사로 길고 긴 원·하청 고리의 5차 내지 6차에 해당하는 회사이다.
사망한 노동자는 A업체에 2018년 5월 2일 입사했다. 주로 건조작업을 했고, 도금 준비작업, 포장공정 이송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사고가 난 5월 28일 당일, 사망한 노동자는 평소와 다른 작업을 지시받았다. "도금액 교체" 작업을 지시받은 것이다. 이 작업은 원래 다른 직원이 하는 일이지만 직원의 출근이 늦어져 업무를 대신하게 됐다.
사망한 노동자는 업무지시를 받고 도금액을 교체하기 위해 2개의 도금조에 담길 물질을 바닥에 쏟고 물과 시안화나트륨을 도금조에 채웠다. 시안화나트륨은 보관창고에서 바가지로 퍼왔고, 그 과정에서 그는 어떠한 보호구도 제공받지 않았다.
작업이 끝난 후 화장실에 갔다 음료수를 마신 후 작업장에 들어선 순간 그는 쓰러졌고 인근 길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뇌사판정을 받았다. 그 후 인근 요양병원으로 옮겨졌고 6월 18일 23살의 젊은 노동자는 결국 사망했다.
시안화합물이라는 극독성의 물질을 보호구와 배기장치도 없는 회사에서 버젓이 사용했고, 그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극독성의 물질을 어떤 안전장비 없이 바가지로 퍼 나르고, 치우는 작업을 일상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시안화수소는 최근 사업장에 방문한 안전보건공단 직원조차 방독면이 없으면 시안화수소가 담긴 도금조의 뚜껑을 열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일터에 닿지 못하는 촛불 자칫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고 혹은 죽음이 될 뻔한 이 사건은 노동건강연대 회원인 직업환경의학과 의사가 안전보건공단에서 온 이메일을 노동건강연대에 보냈고, 노동건강연대가 사건을 파악하고 언론에 사건을 알림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사망한 노동자가 사고 당시 어떤 환경에서, 정확히 무슨 공정을 수행했으며, 시안화수소의 농도가 얼마나 어느 정도 였기에 노동자가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고가 난 A업체의 시안화수소 작업환경을 측정한 보고서에 따르면 A업체는 2017년 하반기와 2018년 상반기 모두 시안화수소 노출기준에 부합하는 작업환경을 갖췄다. 사고가 난 이후 노동부가의 산업안전감독관이 사업장에 방문하여 감독을 실시했지만 이미 공정에 작업 중지 명령이 난 이후였기 때문에 사망한 노동자가 사고 당시 얼마나 시안화수소에 노출되었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