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on3 농구경기 장면
박한희
답은 간단했다. 스포츠의 명장면들이 펼쳐졌다. 스포츠 경기를 설명하며 흔히들 사용하는 표현인 '각본 없는 드라마'는 퀴어여성게임즈에서도 볼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셔틀콕 랠리에 관객들은 눈을 떼지 못하였고, 1점 차로 추격전이 펼쳐진 농구 결승전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아쉽게 넘어졌지만 끝까지 완주한 계주팀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여느 스포츠 경기와 다름없는 모습들이었다.
그럼에도 분명하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동안 성별에 따라 신체 활동을 구분해온, 여성들은 체육활동에 흥미가 없거나 운동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은 퀴어여성게임즈에 존재하지 않았다. 퀴어여성게임즈를 즐기는 누구도 '여성이기에, 성소수자이기에 어떠한 운동을 해야 하고 어떠한 움직임을 해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성별이 어떠하든, 성소수자이든 아니든 스스로의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고 함께 어울리는 선수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성별이라는 틀을 벗어난 새로운 스포츠의 가능성퀴어'여성'게임즈는 이름과 달리 여성만을 참여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퀴여네는 활동 초기부터 여성이기에, 또는 여성으로 인식되기에 겪을 수 있는 경험이 복잡다단할 수 있음을 이야기해왔고 여성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다양한 담론을 확장시켜 왔다. 그렇기에 퀴어여성게임즈는 성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별표현 등에 상관없이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에 지지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리를 열어뒀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소위 '남성'으로 인식되는 선수들 역시 참여했다.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스포츠에서 공정함은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고, 성별 구분은 그러한 공정함을 지키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이해되곤 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만이 스포츠에서 우선해야 할 가치일까? 또한 그러한 공정함의 미명 아래 성별 구분을 흐린다고 여겨지는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젠더퀴어 등에게 스포츠는 어떤 의미일까? 퀴어여성게임즈는 이러한 고민들에 대해 한 가지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색다른 스포츠를, 성별 구분이 절대적 가치가 아닌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의 가능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