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6·25는 잊혀진 전쟁인가

등록 2018.06.25 10:22수정 2018.06.2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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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물 몇년전 미국 여행시 미국 피츠버버그 외곽에서 무성한 잡초 가운데 한국전 참전 기념물을 발견했습니다. 한국 전쟁과 분단 상황을 다시 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물몇년전 미국 여행시 미국 피츠버버그 외곽에서 무성한 잡초 가운데 한국전 참전 기념물을 발견했습니다. 한국 전쟁과 분단 상황을 다시 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김재우

미국 동부 여행 중에 피츠버그란 도시의 외곽에서 우연히 한국전 참전 기념물을 발견하였다.6.25 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 부르는 미국에서 한국전 참전 기념물을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시인 아폴리네르를 사랑한 프랑스 여류 화가 로랑생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인은 잊혀진 여인이라고 말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물처럼 흘러가버린 사랑에 대한 탄식을 이 화가는 그렇게 슬프게 노래했다. 잊혀진다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다. 그러나 잊혀져 슬픈 것이 어찌 사랑뿐이겠는가. 잊혀져 슬픈 수많은 것 중에 1950년 6.25도 그 하나다. 6.25 전쟁!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선 한국 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 부른다. 과연 6.25는 잊혀진 전쟁인가?

월드컵의 열기가 전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불경기 중에도 한밤의 월드컵 중계로 치맥의 매출이 오르고 편의점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흥분과 열기 속에 전쟁이란 부정한 단어는 끼어들 여지가 없어 보인다. 1950년 6.25 전후, 그때도 그랬다. 제4회 브라질 월드컵 개막전이 열릴 때 한반도에서는 월드컵의 열기 대신 폭탄과 포화의 열전, 동족상잔의 6.25 전쟁이 발발하리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필자와 같은 전후 1세대들이 기억하는 6.25 전쟁은 어떤 것일까. 학교에서는 '상기하자 육이오 때려잡자 공산당' 으로 요약되는 반공 교육으로 학생들을 무장시키고 남한을 적화통일 하려는 소위 빨갱이 집단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냈다. 6.25전쟁과 남북 분단으로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서 군복무를 받아들여야 했다.

군대에서도 '쳐부수자 공산당 때려잡자 김일성'과 같은 구호로 북한이 아닌 북괴에 대한 증오와 전투의식을 고양시켰다. 분단이 고착화되었지만 남한의 눈부신 경제 발전의 혜택 속에 태어나 성장한 전후 2세대들의 6.25 전쟁은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어있을까. 전쟁은 먼 옛날의 무용담처럼 들리는 이야기로 들릴 뿐이고 북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남의 나라로 인식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50년 6.25일 전쟁이 시작되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맺어질 때까지 유엔이라는 이름 아래 남한을 지원하는 16개국이 전쟁에 참여하였다. 또한 북한을 지원하는 소련과 중공(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며 국제전이 되었다.2차 대전 후 냉전 체제를  유지하던 세계 질서는 한반도에서 열전으로 변모하였으며 3차 대전의 위험으로까지 발전되었다.6 .25 전쟁으로 인하여 남한에서는 군인 26만 명과 민간인 100만여 명의 사상자들이 발생하였으며 북한에서는 군인과 민간인 약 250만 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남한의 공업 생산 시설 절반 이상이 파괴되었고, 북한의 전력 74%, 연료 공업 시설 89%, 그리고 화학공업의 70%가 파괴되었다. 한마디로 한반도의 초토화였다.

이 전쟁으로 인하여 미국과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냉전체제는 더욱 가속화 되었고 남북 분단은 더욱 고착화 되었다. 가족이 생이별한 이산의 고통도 가중되었다. 평화 협정이 아닌 불완전한 정전협정 후에 수많은 국지전과 무장공비 사건 등 남북의 대결은 계속되었다. 한반도에서 통일 국가는커녕 남과 북은 민족간 증오와 대결의 시대를 살아왔다. 언제라도 전쟁이 재발할 듯한 불안과 공포가 일상화 되어 오히려 전쟁에 둔감해진 세월을 살아왔다. 구소련 연방의 해체 및 동서독의 통일 후 냉전 체제가 무너졌어도 유독 한반도는 신세계 질서에서 고립된 섬처럼 냉전과 분단의 고통이 계속되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평화협정이나 종전협정이 아닌 정전협정 하에서 한반도는 열전이 멈췄을 뿐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이다. 전쟁 세대 및 전후 1세대들은 그 정도는 다를 지라도 항시 전쟁의 불안 속에 살아왔다. 그러나 전후 1세대들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전쟁에 대한 인식이 희미해지고 전후 2세대들은 물질적 풍요 속에 6.25란 전쟁을 잊었거나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제 2차 대전과 19년간의 싸움에서 패배한 베트남 전쟁을 기억할 뿐 그 사이에 낀 3년여의 한국 전쟁은 관심 밖에 머물러 잊혀진 전쟁이 되어 버린 것 같다.아직 살아 있는 미국 캐나다 등 6.25 전쟁에 참전한 이들이 기념물을 세우며 잊지 않으려 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외국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 전쟁은 잊혀 졌거나 의식하지 않으려는 전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쟁은 잊혀져 가고 있지만 전쟁과 끝나지 않는 전쟁 상태의 고통은 고스란히 남북한의 민중들에게 남아 있다. 68년 동안 누구도 이 전쟁 혹은 전쟁 상태를 끝내려는 노력이 없었거나 부족했다. 정전협정이라는 이름하에 한반도에서 지속되고 있는 전쟁 상태의 현상유지를 통해 남북 당국도 미국이나 기타 국가들도 정치적 군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이러한 와중에 다행히도 한반도에 냉전의 얼음을 녹이는 바람이 불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 그리고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냉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려는 노력이 시작 되었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 회담과 6.12 싱가폴 센토사 북미 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돌고 있다.

이 땅에서 일어난 그 참혹한 전쟁, 아직도 계속되는 전쟁 상태가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역사를 잊으면 다시 그 역사는 반복 될 수 있다.6.25 전쟁은 2차 대전 후 베트남 전쟁과 함께 수많은 인명의 살상, 재산의 손실 생산기반의 파괴를 가져온  잔인한 전쟁이었다. 이러한 한반도의 비극의 역사가 잊혀진다는 것은 또 하나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젠 6.25란 전쟁의 원인, 과정, 결과를 이데올르기의 편향 없이 보다 객관적으로 더 깊게 연구가 필요한 때이다. 그 바탕 위에서 반복 될 수 있는 미래의 전쟁을 막아야 한다. 

6.25가 세월 속에 묻혀 잊혀진 슬픈 전쟁으로 남아 있지 않길 바란다. 한반도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현재의 모멘텀을 살려 전쟁 상태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기필코 만들어 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아가 남과 북은 훗날 분단을 넘어 하나 된 통일 한반도에서 후손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만들어 내길 바란다.

#6.25 전쟁 #68주년 6.25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북미 회담 #잊혀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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