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오라잍50화

내 눈이 작건 말건 제발 관심 좀 꺼줄래요

[거울 앞에서] '얼평하지 말자' 다짐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등록 2018.07.01 13:17수정 2018.08.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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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자는 탈코르셋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꾸밈노동을 거부하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더불어 나부터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지 말자는 반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외모에 대한 관심과 집착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탈코르셋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일주일 동안 타인의 외모평가를 하지 않는 프로젝트에 대해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시점, 나는 <독전>에 출연한 배우 강승현의 인터뷰를 읽고 있었다. 고백하자면, '영화에서 연기를 꽤 잘했고 외모도 뛰어났었지'라고 생각하면서 인터뷰 기사에 나오는 사진들을 보며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모평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로는 '얼평(얼굴평가) 하지 말라' 하고 다니지만 일상에서 그게 무척 어렵다. 나 역시 평가받는 게 굉장히 불쾌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외모평가 '받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남자인 나는 여성들과 다른 부분에서 평가 받는다. 보통 여성들은 남성이 바라는 여성의 성적 매력을 기준으로 평가 받는 것 같다. 예쁜지, 날씬한지, 화장을 했는지 등. 

남성은 이런 프레임 적용을 덜 받는다. 단, 키는 중요한 문제다. BBC의 조사결과를 찾아보니 2014년 기준으로 한국 남성들의 평균 신장은 174cm라고 한다. 그 정도 혹은 180cm 정도는 되어야 '남자답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역으로 여성들이 그 정도 컸을 때 여성스럽지 않다는 얘기가 남자들 사이에서 곧잘 나온다. 나는 키가 170cm 초반이다 보니 작다는 얘기를 듣지는 않지만 나보다 큰 남자들 사이에만 있으면 비교를 많이 당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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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력이 좋지 않아서 볼록렌즈 안경을 20년 넘게 쓰고 다녔는데, 볼록렌즈의 특성 상 눈이 크게 보이게 된 ⓒ unsplash


나의 경우 다른 부분들이 '고나리질(지적질)'의 대상이 되곤 했다. 나는 시력이 좋지 않아서 볼록렌즈 안경을 20년 넘게 쓰고 다녔는데, 볼록렌즈의 특성 상 눈이 크게 보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 혹은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와 너 눈이 정말 커 보인다'부터 '눈이 정말 나쁘구나'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이 일상 다반사였다.

순수한 궁금증을 담은 무해한 표정으로 그런 말들을 하면 화내기도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안경을 벗어보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면 당연히(?) 눈이 작게 보이는 것을 눈이 작게 보인다고 신기해하는 사람들까지. 불쾌함을 표시하지 않으면 그게 기분이 나쁜 말이 아니라 선의에 기반한 관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외모만을 콕 집어 들이미는 세상

외모평가를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내는 동안 TV를 보고, 영화를 보고, SNS를 하고, 기사를 읽고, 사람들을 만나는 등 다양한 일들을 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가장 큰 것은, 세상에는 평가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고? 내가 외모평가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별개로 TV와 영화에 나오는 연예인, 기사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사진, SNS에 올라오는 프로필 사진들은 엄연히 내 앞에 존재하고, 이는 줄곧 타인에 의해 평가 받아온 것들이라는 점이다. 미디어는 외모만을 콕 집어 나에게 자꾸 들이민다.

물론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다짐했으니 평가를 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런데 조금 찜찜한 부분은 있었다. 이미 내 주변 환경은 아름다운 여성, 잘생긴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이미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나 혼자 '결코 외모 평가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다면? 뭔가 부족했다.

앞서 말했던 내 개인적인 경험이 부족하게나마 힌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이 내 눈에 신경을 안 써주길 제발 바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마음속으로 '제 눈이 크건 작건 그게 당신이랑 뭔 상관인데요?'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물론 우리가 접하고 사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끊을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한 해법이다. 하지만 우리가 쉽사리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는 건 상대에게 가지지 않아도 될 관심을 과도하게 가졌을 때 발생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남의 외모에 대해 우린 관심을 좀 덜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로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친한 SNS 친구가 프로필 사진을 새로 바꾼 적이 있었는데, '음 사진을 바꿨네' 하고 '좋아요'를 누른 다음 바로 넘어간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 외모가 눈에 들어오던 전과 달리 바로 잊어버리게 됐다. 그만큼 남의 외모는 우리에게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가 아니며, 관심을 조금 줄여도 별 문제가 없다.

다른 방식 고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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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외모만을 콕 집어 나에게 자꾸 들이민다 ⓒ unsplash


나에게는 여성주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성 친구들이 있다. 우리끼리는 서로 '예쁘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이런 식의 외모평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생겼다. 혹시 친하다는 이유로 예쁘다는 말을 자주 썼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 그래서 물어봤다. 불쾌하지 않았냐고. 그 중 한 친구로부터 꽤 인상 깊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페미니즘이라는 공통된 사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걸 아니까 우리끼린 '예쁘다'라고 말해도 그게 단순히 얼굴이 예쁘다, 몸매가 좋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걸 서로 알지. 적어도 우리 사이에서는 그런 암묵적인 합의가 되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여성주의에 대해 합의점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예쁘다는 말을 안 쓰려고 해. 다른 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야. '센스 있다', '잘 어울린다', '찰떡이다' 그런 말들?"

친구의 말대로 정답은 없을 것이다. 외모를 깎아내리는 말이 나쁘다는 것이 외모를 칭찬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적당히 무관심해야 할 필요가 있음과 동시에 친구의 말처럼 관심을 드러내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좀 더 둥글둥글하고 기분 좋은 언어.

이런 고민과 이야기들을 접하고 난 뒤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위에서 말했듯 '외모평가 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만 하면 해결되기엔 외모지상주의로 점철된 한국 사회는 너무나 견고하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이야기하는 건 너무 어렵다. 이에 내 고민의 흔적들을 기록해둔다.
#외모평가 #얼평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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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활동가이면서 활동을 지원하는 사람입니다.

왜 사냐건 웃지요 오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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