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숍에 홀로 남은 털뭉치 강아지, 데려와서 키웠더니

우리 집 식구가 된 반려견 '달콩이', 나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등록 2018.07.03 11:29수정 2018.07.0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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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 부리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우직하게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해 주는 작은 천사에게 '우리 가족이 되어주어 정말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해준다. ⓒ unsplash


6년 전인가 보다. 사는 데 지쳐서였을까. 몸과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 그냥 멍하니 누워 지내는 날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쇼핑몰을 지나다 강아지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유난히 덩치가 크고 털이 덥수룩한 몰티즈 한 마리가 유리박스 안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멀거니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털갈이를 하는지 털이 뭉치고 지저분해 한바탕 청소 후 던져둔 걸레뭉치 같았다. 다 팔고 남은 천덕꾸러기 신세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잘생긴 얼굴이 걸레뭉치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날부터 우리 집에서 살게 된 강아지는 이제 내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버렸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껌딱지다.

생후 3개월 된 강아지는 혼자 세워두면 아주 작지만 분양시장에서는 더 작고 어린 강아지를 선호하는 바람에 천덕꾸러기 신세로 외면받기에 십상이란다. 3개월은 지나야 필요한 예방접종도 다 하고 면역력도 생겨 분양을 받아와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하는데. 젖도 떼기 전 어린 강아지를 데려와 귀염성으로 시장가치를 높여 쉽게 분양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인 듯하다. 그 와중에 쉽사리 선택받지 못하고 커버린 우리 강아지는 다행히 그 덕분에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 감사하다.

털이 보송보송한 꼬마 강아지를 앉혀놓고 훈련을 시키려다 보면 너무 어리지 않은가 하고 살짝 마음이 약해지려 한다. 하지만 더 나이가 들면 훈련이 어렵고 실패한다고 전해들은 말도 있고 해서 마음을 강하게 먹고 눈에 힘을 주며 엄한 분위기를 잡는다.

아주 기초적인 대소변 훈련을 하고 이름도 알콩달콩 잘 살자고 달콩이로 지어주었다. 가족들이 모두 너무 예뻐하다 보니 애써 받은 훈련은 간데없고 갈수록 천둥벌거숭이가 되어 간다. 사람은 무척 좋아하고 따르나 개를 싫어하고 무시한다. 자기가 사람인 양 군다. 점점 동네 깡패가 되어 가는 모습에 집에서 예절교육을 엄격하게 하다 보니 밖에서 해소를 하는 건가 혼자 반성도 해보고 강아지 심리도 공부한다. 다시 학부모가 된 느낌이다.


아이들이 다 크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면 복닥거리던 집도 점점 조용해지다 텅 비어 버리고 외로움이 들어앉는다. 건강하게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에 대견해하면서도 한켠 눈물을 훔치며 청승을 떠는 형국이다.

강아지를 데려왔던 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일이다. 좌충우돌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자식과 달리 강아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내 곁을 지키며 나를 사랑해 준다. 혼나면 토라져서 등을 돌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외로운 척도 해보지만 어느 새 다가와 침을 흘리며 할짝거린다.

요즘엔 분양이 아닌 입양을 권유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해 장애견이나 유기견을 입양하는 어려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쉽지 않은 길을 가며 애써 세상을 더 낫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분들이 존경스럽다.

알고 보면 개들도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사람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인명구조견, 심리치료견, 맹인안내견 등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무엇이든 스승으로 보면 모든 것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한다. 큰 걸 바라지 않고 사소한 작은 것에 행복해할 줄 아는 달콩이도 나에겐 큰 스승이다. 변덕 부리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우직하게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해 주는 작은 천사에게 '우리 가족이 되어주어 정말 고마워. 사랑해'라고 말해준다.
#반려견 #사랑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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