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어서 여한이 없지만, 아이들은?" 어느 석면 피해자의 호소

5일,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한·일 석면 피해자 교류

등록 2018.07.06 06:51수정 2018.07.0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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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일 석면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광천 석면 광산 부지를 둘러 보고 있다. ⓒ 신나영


한·일 두 나라의 석면피해자와 관련 활동가 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5일 충남 홍성군 광천문예회관에는 석면 피해를 당한 한국과 일본의 피해자들 사이에 교류의 자리가 마련됐다.

충남도에 따르면 충남의 석면피해자는 1000여 명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주로 홍성 보령 예산 등에 분포되어 있다. 전국의 석면피해자 중 30%가 충남에 살고 있는 것이다. 유난히 충남지역에 석면피해자가 많은 이유는 광천 덕정마을에 있었던 석면광산의 영향도 크다. 덕정마을에 있던 광천석면광산은 지난 1938년부터 1986년 폐광이 될 때까지 40년 동안 유지됐다.

석면광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광산 주변 주민들은 석면피해로 인해 여전히 폐암과 각종 폐질환으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78세 이아무개(78·여)씨는 "이제 나는 늙었으니 여한이 없다"며 "하지만 아직 젊은 우리 아이들이 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폐암을 앍고 있는 이씨는 석면폐증2급이다. 그의 말이 이어지자 참석자들은 모두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자식들이 석면피해를 입었을까봐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린 시절 광천역에 쌓아 놓았던 석면 위에서 놀았다. 석면을 만지고 그 위에서 뛰어 놀았다. 우리 아이들에게서 석면 피해 증상이 나올까봐 두렵다. 4남매 중 막내는 47, 큰애는 54세이다. 아직은 젊은 나이다. 건강 검진을 받아 보라고 해도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온다. 나는 이제 늙었고 살만큼 살았다. 하지만 아직 젊은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늘 걱정이다."

주민들은 석면 폐증의 경우 등급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관찰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석면피해는 오랜 세월 동안 잠복하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인 A씨는 절은 시절 1년 동안 석면 품질 관리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결과는 수십 년이 흐른 뒤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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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충남 홍성군 광천면 광천 문예회관에서는 한일 석면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 이재환


A씨는 "석면 공장 가까이에 산적이 없다"며 "절은 시절 석면 품질 관리 아르바이트를 1년 정도 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르바이트를 한지 33년이 지나 폐에서 중피종이 발견됐다. 오른쪽 폐를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피종은 중피 세포에 생기는 종양이다.


석면광산이나 공장에 다니지 않았더라도 석면 피해에 노출된 경우도 있다.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전혀 없었던 시절, 홍성군 광천읍과 은하면 일대에서는 석면으로 실을 짜는 석면 물레질이 유행했다. 마땅한 돈벌이 수단이 없었던 1950~60년 대의 어머니들은 물레질로 생계를 이어갔다. 석면 피해자 B씨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석면 물레질을 했다"며 "2010년도에 폐암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한·일 양국의 석면 피해자들은 서로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했다. 일본인 석면 피해자 다나카 카나미(28)씨는 "누군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석면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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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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