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동 책 읽는 술집 <낮섬>
박초롱
"여자가 무슨 술집이야. 남자친구가 뭐라고 안 해?""무슨 직업이 그렇게 많아? 결혼하고 편하게 살면 안 돼?""몸 쓰는 일도 하게? 여자가 체력이 되겠어?" 책 읽는 술집을 열면서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남자친구가 괜찮대? 처음 그 질문을 들었을 때는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무엇이 괜찮다는 거지? 후에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나서는 헛웃음이 났다.
남자친구가 왜 괜찮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지는 차지하고라도 밥벌이에 대해 남자친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도 의문이었다. 불법도 아니고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질문을 하는 사람 중 상당수는 여자였다.
결혼하고 편하게 살면 안 되냐는 질문은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사람에게 꾸준히 들어왔다.
"솔직히 친동생 같아서 말하는 건데 말이야. 이렇게 힘들게 일하지 말고 결혼하면 회사 그만둬."이 말은 나를 정말 아끼던 팀장님께서 해주신 말이었다. 팀장님이 나를 아끼는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은 지금도 알고 있다. 팀장님은 실제로 친동생에게도 결혼 후 퇴사를 종용했다.
"그만둘 거면 결혼하고 그만둬야지. 그래야 나도 마음이 놓이지."이 말은 사랑하는 아빠가 해주신 말이다. 아빠는 나를 어떤 남자에게 '맡기지' 않는 이상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 모양이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내게 일방적인 조언을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애정을 받는 이 역시 진심만 알아주면 될 뿐 그 조언을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맡겨지고 싶지 않다. 내 밥을 내 손으로 벌어 먹고살아야 당당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나를 '먹여 살릴' 배우자는 무슨 죄란 말인가? 그는 밥을 벌어먹고 사는 게 안 힘들까? 팀장님은, 아빠는 안 힘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