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내가 경험한 일반학교란 어떤 학생이든지간에 초라하고, 비참하고, 보잘것없고, 절망적으로 만들 수 있는 굉장한 곳이다. 말 그대로 숨 쉴 공기조차 경쟁해서 빼앗아야 할 듯한 그곳에서, 뭉개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뭔가는 있어야 한다. 공부를 잘 하거나, 운동을 잘 하거나, 예쁘거나, 돈이 많거나, 부모님에게 파워가 있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잘나가는 애들과 친하거나. 중고등학교 시절, 그 모든 권력의 틈새를 절묘하게 비켜간 데다가 커뮤니케이션 스킬마저 부족했던 나는 학교 안의 복잡한 카스트에서 가장 최하층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름하여 '같이 밥 먹을 사람 없는 애'.그것뿐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학교란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도 할 수 없는 장소라는 것이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오늘도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에 한숨이 났다. 내가 가치있는 존재라는 느낌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음악시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합창대회에서 목소리가 혼자 너무 크다고 담임교사에게 공개적으로 혼난 이후로는 음악시간이 무서웠다. 그날따라 음악선생님이 날 유심히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은 따로 날 불렀다. 그리고 물어보셨다. "너 목소리가 참 크다. 성악 해 보지 않을래?" 혼자 먹는 점심밥은 서러웠지만 그 시간을 버티고 나면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즐거웠다. 보리밭, 남촌, 비목, 님이 오시는지, 목련화... 보리밭이 무슨 색깔인지, 남촌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따스한지,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이 대체 뭔지는 모르겠어도 내 몸을 음률에 맡기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 일 년이 되지 않아 전학을 가야 했고 매일 노래를 부를 수 있던 나날은 끝이 났다. 나는 '성악하는 왕따'에서 그냥 왕따로 다시 돌아갔다. 혼자 있을 때면 조용히 입을 달싹이며 가곡을 불렀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조금은 견딜 만했다. 기댈 수 있는 기억은 또 있었다. 중학교 여름방학이었다. 어느 청소년센터에서인가 여는 3박 4일짜리 캠프에 갔다. 동아리 활동을 한다기에 별 생각 없이 연극을 하겠다고 했다. 아주 짧은 대본이었고 대사는 열 마디도 되지 않았다. 무대는 그냥 교실 앞이었다. 그런데도 눈 앞에서 뭔가가 번쩍였다. "지금의 난, 진짜가 아니에요. 언젠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고 말 거예요!" 왜인지 지금도 그 대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가끔 집에 있을 때면 대사를 소리내어 읊고는 혼자 키득댔다. 그때 함께 연극을 했던 이들은 오랜 친구가 되었다. 서로의 졸업식에 가 주고 군대가는 길을 배웅했다.그리고 소설과 시가 있었다. 어떤 것이든 좋았다. 무슨 이야기든 간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는 즐거웠다. <빨강머리 앤>을 닳도록 읽었다. 사자왕 형제가 용을 부리는 독재자와 싸우기도 했다. 그리스 소녀는 위험에 빠진 사촌오빠를 다락방에 숨겨주었다. 몸이 점점 인형으로 변해가는 소녀가 오리 선원이 모는 배를 타고 항해했다. 시집을 읽고 일기장에 얼토당토 않은 시를 썼다. 권총과 음모와 복수가 등장하는 소설도 썼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그걸 읽고는 말했다. "너 알고 보니까 되게 재밌는 애구나." 내 인생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숨쉴 만했다. 어둡고 기나긴 터널을 만신창이가 되어 빠져나온 지 나는 벌써 스무 해가 다 되어 가는데, 내가 탈출한 그 '학교'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지금 와서 나는 새삼 궁금하다. 왜 학교에서는 노래를 부르고, 연극을 하고, 시를 읊고, 소설을 쓰면서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면 안 되는 것일까? 오로지 그것들만이 나를 살아있도록 지탱해주었고, 그럼으로써 내 영혼을 구원해주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학교는 그런 곳이 되면 안 되는 것일까? 큰사진보기 ▲위토피아 페스티벌 포스터김가람 내가 있는 대안학교인 내일학교에서 올해 준비하는 1020 위토피아 페스티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그런 세상과 학교에 던지는 하나의 의문이다. 왜 안 될까? 왜 즐거우면 안 되고, 왜 신나면 안 되고, 왜 가만히 누워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을 기다리면 안 되는 것일까. 왜 반딧불이 조용히 유영하는 숲 속에서 잠깐 동안 황홀해하면 안 되고, 왜 내가 쓴 시를 읊고 친구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가슴 깊이 차오르는 행복을 느끼면 안 되는 것일까. 큰사진보기 ▲위토피아 축제 일정표김가람 나는,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진심으로 보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복이란 언젠가를 위해 적립해두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노력들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많은 일들을, '언젠가 나중에 때가 되면'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금 바로 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경북 봉화에 있는 독립대안학교 내일학교의 '자람도우미' 김가람입니다 - 이 글은 1020 위토피아 페스티벌 홈페이지(http://wetopia.co.kr)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축제 #대안학교 #대안교육 추천23 댓글1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6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김가람 (garamworks)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리틀포레스트 김태리가 나였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가면 뒈진다" 명태균, "청와대 터 흉지" 글도 써 [단독] 김태열 "이준석 행사 참석 대가, 명태균이 다 썼다" [단독] 윤석열 모교 서울대에 "아내에만 충성하는 대통령, 퇴진하라" AD AD AD 인기기사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지금' 행복하고 싶어서 만든 축제, 이런 건 처음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국감 골프' 민형배 의원 고발당해…"청탁금지법 위반"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시퍼렇게 날 선 칼 갈고 돌아온 대통령, 이제 시작이다 이준석의 폭로 "윤 대통령, 특정 시장 후보 공천 요구"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