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대학동기 판사 동원해 압박"

검찰, 이재화 변호사 참고인 조사... "의원 압박해 '청부입법' 나선 것"

등록 2018.07.17 08:16수정 2018.07.1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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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재화 변호사가 16일 오전 서울 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민변 대응 전략' 문건과 관련해 당시 구체적 회유나 압박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비판적인 변호사의 대학 동기 판사를 동원해 "상고법원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하지 말아달라"라고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변호사의 업무 특성상 판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판사의 권한을 남용한 회유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이재화 변호사는 16일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고 기자들과 만나 "윤성원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이 공청회 전에 전화를 걸어와 '헌법 위배 주장은 제발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윤 전 실장은 현재 광주지방법원장이고 이 변호사와 고려대 법학대학 동기다.

이 변호사는 "을의 입장이라 심리적으로 위축됐지만 '왜 참견하냐, 아주 기분이 나쁘다'고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이 변호사는 2014년 9월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에 참석해 당초 본인의 생각대로 상고법원 도입 시도를 비판했다. 그는 "헌법상 최고법원이 아닌 각급 법원에 불과한 상고법원이 최종심을 맡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변호사의 증언은 '사법 농단' 사건에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이 깊숙이 개입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법조인과 단체 선별하고 압박하는 일이 주요 임무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법지원실은 양승태 대법원이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사찰하는 일에도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지원실은 하 전 회장과 대한변협을 압박하기 위해 변호사의 권한을 축소하는 등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검찰 조사에서 열람한 법원행정처 문건 가운데 "지나친 비주류 의식으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평이 있다"라는 식으로 자신을 언급한 6∼7건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몇몇 법원 인사가 접촉했는데 오히려 압박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라고 이 변호사를 압박한 결과도 남겨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 법사위원들 '거점의원'으로 나누고 입법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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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이 변호사는 또 검찰 조사에서 당시 법원행정처가 국회를 대상으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각종 로비 작업을 벌인 문건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4년 10월 작성된 '상고법원 공동발의 가능 국회의원 명단 및 설득전략' 문건에 상고법원 설치 법률안에 서명해줄 만한 의원들 이름을 '개연성 그룹', '가능성 그룹', '설득 거점의원' 등으로 나누고 성향을 분석했다.


여기서 거점의원은 상고법원 설치에 찬성하도록 다른 의원들을 설득해줄 만한 의원들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거점의원으로 박범계, 박영선, 박지원, 이춘석, 최원식, 서영교 의원 등 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을 거론했다. 이 변호사는 "공동발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전담 실국장을 배치해서 개별 접촉, 설득작업을 진행한다고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지방법원장이 선관위원장을 겸하는 지위를 이용해 지역 의원들의 입법발의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며 "법무부 반대로 정부 입법이 어려워지자 의원들을 개별 압박하는 '청부입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반대 의견을 약화하기 위해 사회 유력인사들을 포섭, 상고법원 찬성 의견을 끌어내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찬성이 아니더라도 조국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진보적인 교수들, 진보세력이 다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상고법원이 검토할 가치는 있다는 정도의 의견만 받아도 (상고법원 반대 의견을) 상당히 무력화할 수 있다'는 내용을 문건에 남겼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는 오로지 여론, 헌법재판소와의 힘겨루기, 상고법원 도입의 유불리 이런 부분들만 고려해 법치주의 근간을 침해했다"라며 "최순실의 국정농단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이 더 악질이고 파렴치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재화 #법원행정처 #민변 #조국 #박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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