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사무원 분들과 함께2018년 6월 6일, 함께 선거운동에 나선 가족과 사무원들.
곽승희
사전 투표 기간 이후 만난 주민들 중 어떤 이는 '다른 후보들은 다 1번 찍었지만, 구의원만큼은 6번을 찍었다, 이런 구의원이 필요하다는 아내의 설득에 넘어갔다'고 응원했다. 또 다른 이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준 표를 뺏을 테니, 잘해야 한다'라며 경고했다.
아이와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던 한 아이 엄마는 '좋은 정치인이 되어 달라'라며,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 또 다른 이는 '당신을 찍었지만, 변화를 원하는 더 큰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당선에는 실패할 것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선거 당일, 2246명이 소중한, 정말 소중한 한 표를 나에게 주었다.
성공과 실패 대신 숙제만 남았다개표 후 동네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당선 여부가 아니라, 표 수 때문이었다. 아무런 정치적 자산 없는 무소속 청년 구의원 후보가 받기엔 상당히 많은 표라는 것이다.
실제 평균적인(?) 무소속 구의원의 득표수는 300~900표 사이라고 한다. 2246표는 약 두 배, 득표율은 8.3%. 누군가는 사회과학 연구에서 의미있는 결과로 인정되는 퍼센트이며, 성공적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결과를 만들기 위해 받은 도움이 너무나도 많다. 혼자였다면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함께 용기를 북돋우며 출마한 '굽시스터즈'(4명 모두 여자인지라,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시스터즈'란 이름을 만들어 음으로 양으로 연대했다), 후원금을 받지 못하는 구의원을 위한 선거 펀드에 투자한 개인들, SNS로 보내온 응원들.
그 덕에 '이상한' 구의원 후보는 선거를 완주할 수 있었다. 무소속인데, 정당 공천 떨어진 후 탈당해 나온 무소속은 아니란다. 전 재산 천만 원인 청년인데, 부모가 경제적으로 넉넉한 동네 유지는 아니란다. 여자 후보들이 흔히 내세우는 엄마 경력은 없는, 미혼이란다. 정당 정치인보다 회사원으로서 성실히 일한 경력으로 정치를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단다.
기존 구의원 프로필에 맞지 않은 이 후보에게 2246명이나 표를 줬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동네 청년도 유권자를 대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해준 분들이다. 정치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상식과 이성과 책임의식을 지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어준 것이다. 현재 정당과 정치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