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빈소에 조문행렬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마련된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풍자의 신, '개그맨'과도 같았던 그노회찬 의원은 사람들에게 빵빵 터뜨리는 어록과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공감의 웃음을 주었다. JTBC의 2018년 신년토론회에서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그러니까 탄핵 당했지, 이 사람아"라는 말 한 마디로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안기기도 했고, 공수처 신설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벌어진 것에 대해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모기들이 반대한다고 에프킬라 안 사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어준 총수는 24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그를 "2004년 KBS 심야토론에서 두각을 드러낼 때까지만 하더라도 운동권의 이미지는 삭발, 빨간 머리띠, 주먹 흔들고 그런 이미지였다. 이런 화법이 진보진영에는 그 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정치 비유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은 지금도 없다.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진보정치인이 등장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었다"라고 평가했다.
2007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한 <데일리안>의 대선 기획 인터뷰에서 그는 "억지 웃음을 자아내려고 하는 것보다 오히려 서민들의 해학이 묻어나는, 생생한 현장 용어 속에 들어가 있는 풍자를 많이 구사하려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비유라던가 그 비유를 들으면 오히려 사태가 더 명확해 질 수 있는 그런 비유를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민들에 가까운 말을 구사했기에 가능했던 것, 그가 정치 인생동안 풍자와 해학의 정치를 펼쳤던 비결이었다.
그와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국회를 유해매체로 지정하고 뉴스에 내보내지 말자." - 가수 신해철, 100분토론 400회 특집에서.
"청소할 때는 청소를 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이다. 그렇게 얘기하면 됩니까?" - 노회찬 의원, JTBC 소셜라이브와의 인터뷰 중에서.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직후에 많은 음악 팬들은 '신해철이었다면 지금같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말 할까?' '신해철이었으면, 얼마나 시원한 이야기를 했을까?'와 같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2014년 의료사고로 인해 파란만장한 인생을 마쳤던 그가 라디오의 전파를 통해, 그리고 인터넷과 TV를 통해 했던 많은 촌철살인과 같은 '어록'은 지금까지도 남아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고 있다.
신해철과 노회찬,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성역'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왕'이라는 별명 답게 가수 신해철은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펼치기도 했으며, 2004년 당시 사람들이 꺼내기 어려웠던 체벌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노회찬 의원 역시 여야의 상황 뿐만 아니라 소속 당 안에서도 블랙 유머를 통한 문제 제기에 힘썼다.
노회찬 의원이 남긴 말들 역시 '어록'으로 정리되어 동영상 사이트나 뉴스 프로그램에서만 자료화면으로 만나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굵직한 정치, 시사 상황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남겼던 가수 신해철처럼, 노회찬 의원 역시 '만일 이 상황이었다면, 노회찬 의원은 어떤 말로 사람들을 빵 터뜨렸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길 것만 같다.
별의 죽음에는 큰 성운이 남는다노회찬 의원의 타계를 두고 사람들은 '진보의 큰 별이 졌다'고 표현한다. 진보정당에서 단 둘 뿐이었던 3선 의원이었고, 진보 정치를 사람들에게 대중화시킨 큰 주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물론 시민들 역시 성향을 가리지 않고 그의 타계에 깊은 애도를 보냈으며, 현재까지도 장례식장에 많은 시민들이 추모의 발걸음을 하고 있다.
큰 별은 죽을 때 자신이 갖고 있던 가스를 모두 내뿜는다. 그 가스는 성운이 되어 밤의 별하늘에 빛나는 거대한 별무리처럼 빛난다. 그리고 그 성운 안의 가스는 먼 미래, 다시 새로운 아기 별이 태어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그의 유언처럼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정의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별의 죽음과 탄생에 맞대어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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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떠올렸듯, 몇 년 뒤 그가 떠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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