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 백제보의 영향을 받은 공주보 강바닥은 온통 시커먼 벌 밭으로 시궁창에서나 살아가는 실지렁이만 득시글하다.
김종술
하류 공주보는 달랐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낯익은 시큼한 악취가 밀려왔다. 장맛비에 불어났다. 강물이 줄어든 강변은 시멘트 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펄이 남아 있다. 강변 자갈은 회칠한 것처럼 말라붙은 펄이 종잇장처럼 말려 있다.
상류 세종보는 유속이 빨랐으나, 이곳은 굳게 닫힌 백제보의 영향을 받아서 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물이 정체된 상태에서 바람이 상류 쪽으로 불었기 때문이다. 강바닥은 온통 시커먼 펄층이다. 물밖에 드러난 펄층엔 날파리들이 들끓고 있다. 피부병이 걸린 것처럼 붉은 상처가 가득한 죽은 물고기도 보였다.
강물에 한발 밀어 넣자 공기방울이 부글부글 치솟았다. 강바닥에 쌓인 펄이 썩으면서 뿜어내는 암모니아와 메탄가스다. 시커먼 펄 흙을 손으로 파헤치자 시궁창 냄새가 진동했다. 맨손으로 파헤친 펄에서는 대여섯 마리의 생명체가 나왔다. 시궁창에서나 살아가는 실지렁이다.
녹조가 창궐하는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