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골도 못 막은 이운재가 상징하는 것

[광고로 본 IT] 이운재가 외친 '양자암호', 해킹 즉시 데이터 깨트려 정보 유출 막아

등록 2018.07.28 11:15수정 2018.07.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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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무조건 막는 거야, 이름 하여 양!자!암!호!"

골대 앞에 선 이운재가 이를 악물고 슈팅을 막을 자세를 취합니다. 하지만 그는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끌었던 그 시절 이운재가 아닙니다. 김연아가 찬 공이 보기 좋게 왼쪽 골문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이운재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저 바라만 볼 뿐입니다.

보는 이의 실소를 자아내는 SK텔레콤 광고의 한 장면입니다. 이 광고는 '양자암호'를 강조합니다. 사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양자암호라는 단어는 그 자체도 생소하고, 입에 잘 붙지도 않습니다. SK텔레콤의 무리수 같기도 합니다.

해킹 시도시 데이터 왜곡시켜, 데이터 유출 차단

좀 생소하지만, 양자암호는 보안성이 뛰어난 기술입니다. 양자암호 기술이 적용된 데이터는 지정된 수신자가 아니면 그 누구도 볼 수 없습니다. 해킹을 시도하면, 데이터 신호는 자동적으로 왜곡을 일으켜, 데이터 유출을 막습니다.

양자암호통신은 광자(빛을 에너지의 최소입자 단위로 쪼갠 것) 1개당 1비트의 정보를 보냅니다. 그리고 수신자는 이 신호를 딱 한 번만 해석할 수 있고, 중간에 도청자가 나타나면 그 신호는 깨집니다.


좀 더 쉽게 전화도청을 예로 들겠습니다. 전화 송수신자가 아닌 제 3자가 대화 내용을 도청하려 한다면, 양자암호는 이를 감지해 '목소리'의 변형을 일으킵니다. "여보세요"라는 소리를 "우우우웅"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높은 보안성이 장점인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됩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 따르면 국내 양자암호 시장은 2017년 122억 원에서 2025년 1조 4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신사들의 관심도 높습니다.


SK텔레콤, 양자난수생성기 개발하는 등 기술 개발 박차

SK텔레콤이 광고를 통해 양자암호를 소개한 것은 자신감 같습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양자암호 양자난수생성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양자난수생성기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수학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암호를 생산하는 장치입니다.

그동안 개발된 양자난수생성기는 크기가 커서 일반 제품에 탑재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SK텔레콤이 개발한 양자난수 생성기는 5x5㎜ 규모의 초소형 칩입니다. 자율주행차와 드론은 물론 스마트폰에도 탑재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스위스의 양자암호통신업체인 IDQ를 인수하기도 합니다. IDQ는 양자암호통신 관련 특허를 여러 건 보유하고 있고,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30여 명의 연구원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양자암호 기술은 현존하는 통신보안 기술 중 가장 우수한 기술로 평가를 받고 있고, 향후 통신망과 접목해나가면서 보안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라며 "7년 전부터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통신사들도 양자암호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KT도 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일대다(1:N)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구축했습니다. 이 시험망은 장비 하나를 갖고 여러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양자 통신이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일대다 양자통신망을 구축한 것은 세계 최초라는 게 KT 쪽 설명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개 장비를 여러 사용자가 동시 공유하는 통신망 구축 등 다양한 활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KT 관계자는 "일대다 양자통신망의 경우,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전용 네트워크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현재는 기술개발 단계로 상용화 구상을 거치면서 다양한 활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국내 중소기업인 '우리로'는 양자암호키 분배장치 관련 칩(단일광자검출기)을 개발했고, 스타트업기업인 '이와이엘'도 각종 사물인터넷 기기에 부착해 사용이 가능한 초소형 양자 펄스생성기(Qu-Ev01)를 개발했습니다.

중국과 미국, 양자암호 통신에서 한발 앞서가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이나 중국이 양자암호 기술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8년부터 국가양자정보과학비전을 수립하고, 매년 1조 원을 관련 기술 연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을 위한 위성을 쏘아 올렸고, 지난해 6월에는 세계최장거리 무선 양자암호 통신에 성공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국립 양자정보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2년 6개월 간 13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북한도 지난 2016년 1월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양자암호통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가 기술 개발에 몰입하고 있지만, 국내 상황은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기술 개발을 위한 정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접수에도 양자통신 관련 예산안은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장기적인 예산 확보에도 비상불이 켜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도 "국내에서는 양자 관련 정책 실행이 지연되면서 기술개발이 뒤처지고 있는 상태"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존 미비점을 보완해, 새로운 예산안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기존에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지적된 내용을 보완해, 양자통신 예산 기획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양자통신 분야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준비하고, 양자센서와 양자컴퓨터는 소규모 사업으로 준비하는 형태로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자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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