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왼쪽)과 강성태 위원이 브리핑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이 난리다. 보수언론을 보면 '올려도 너무 올렸다'며 울분을 토하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기사, 사설, 칼럼, 기고문 어디를 들쳐봐도 '자영업자 죽이기'를 성토하는 이야기뿐이다.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보름이 지났는데도, 이들의 분노와 탄식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언론 보도만 보고 있자면, 사회 전체가 (<매일경제>의 표현대로) "8350원 폭탄"의 충격파 속에서 허우적대는 듯하다. 장엄히 포연을 뚫고 나타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최저임금 인상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의 영향을 받았는지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28일 "사용자 단체의 최저임금 재심의 요구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발표된 통계수치만 봐도 다른 그림이 나온다. 예컨대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상폭이 '대체로 적정하다'는 응답이 39.8%였고, '적게 인상했다'가 14.8%(다소 적게 인상 9.7%, 너무 적게 인상 5.1%)였다. 다시 말해, 국민 과반(54.6%)이 '적절하거나 적게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잘모르겠다는 답변은 3.6%였다.
반면, '너무 많이 인상했다(28.3%)'나 '다소 많이 인상했다(13.5%)'고 답한 비율의 합은 41.8%였다(이 조사는 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7월 18일에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3934명에게 접촉해 최종 500명이 응답을 완료, 3.6%의 응답률을 나타냈고,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보수언론과 야당은 그토록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자영업자의 어려운 상황을 독점적으로 대변해주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앞의 여론조사는 자영업자들의 견해 별도로 집계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54.8%가 '너무 많이(42.2%) 혹은 다소 많이(12.6%) 올랐다'고 답했고, 32.7%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흥미롭게도, '너무 적게(1.1%) 혹은 다소 적게(9.7%) 올랐다'고 답한 비율도 10.8%나 됐다.
자영업자 가운데 43.5%가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절하거나 심지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생난리'는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보수언론은 최저임금을 '생계'나 '경제'가 아닌 '정치'의 영역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