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가 함께 식사하면 두 명은 공짜라는 칼국숫집

군산에서 처음 장칼국수 개발한 이인수·김은희 부부

등록 2018.07.31 13:50수정 2018.07.3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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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군산 영화칼국수의 장칼국수
전북 군산 영화칼국수의 장칼국수조종안

육수에 고추장과 된장을 적당히 풀어 밀가루 반죽 면을 넣고 푸~욱 끓여낸 음식이 장칼국수다. 한국의 전통양념이 들어간, 그래서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질지 모를 장칼국수는 일찌감치 강원도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속리산, 경포대 등 주변에 유명 관광지가 많아서 그런지. 강릉과 속초가 장칼국수 본고장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예로부터 강원도는 산이 많은 지역으로 알려진다. 지리적 여건상 소금밭(염전)도 전무한 상태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양념에 사용할 소금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칼국수도 멸치로 육수를 만들어 간장으로 간을 맞춰 먹었다. 산간지역은 고추장이나 된장을 양념 대신 풀어 끓여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조리법이 전래되는 과정에서 장칼국수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전북 군산에서도 장칼국수 맛볼 수 있어

전북 지역 미식가들은 강원도에 가야만 장칼국수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군산의 식당 메뉴판에도 그 이름이 보이기 시작한 것.

영화동 영화칼국수 주인 이인수(53)씨가 끓여내는 장칼국수는 굴과 바지락이 듬뿍 들어가고. 김과 깨소금을 고명으로 얹어 항구 도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낸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이씨가 장칼국수를 만들게 된 내력을 들어본다.

 영화칼국수 주인 이인수 씨
영화칼국수 주인 이인수 씨조종안

"제 나이가 올해 쉰셋인데, 식당을 운영하기 전에는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공기업에서 23년 근무했죠. 나이가 50줄에 걸리고, 회사생활 20년이 넘어가니까 슬그머니 노후대책이 걱정되는 겁니다. 뭔가 나의 세계를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리저리 고민했죠. 그러다가 과감하게 명예퇴직을 하고 작년 초 칼국수 전문식당을 개업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손님이 즐겁고 맛있게 드실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TV 방송을 시청했는데 장칼국수가 소개되는 것을 보고 레시피를 모으기 시작했죠. 아무리 검색해도 전북 지역에는 장칼국수를 하는 식당이 없고, 그렇다고 맛을 보러 강원도까지 갈 수도 없고... 대전과 천안에서 어렵게 찾아내 그날로 쫓아가 맛을 봤죠.

강원도 장칼국수에는 굴과 바지락이 들어가지 않는 걸 알고 연구에 더욱 매달렸습니다. 해산물 종류가 하나씩 떠오르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더군요. 군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굴과 바지락으로 승부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도전한 끝에 작년 9월 처음 선보였는데요. 호평이 이어지면서 우리 식당 시그니처(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죠."



이씨는 "장칼국수를 처음 선보일 때는 손님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엄청 불안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라며 "처음 칼국수 전문 식당을 개업하려고 준비할 때부터 이렇게 굳건히 자리 잡기까지에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느라 바쁜 가운데도 틈틈이 도와주고 격려해준 아내(김은희)의 도움이 컸다"며 아내에게 고마워한다.

장칼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보기에도 군침이 도는 장칼국수
보기에도 군침이 도는 장칼국수조종안

영화칼국수의 메뉴는 장칼국수, 팥칼국수, 바지락칼국수, 콩국수 등이다. 그중 팥칼국수는 겨울 메뉴, 콩국수는 여름 메뉴이고, 장칼국수와 바지락칼국수는 사계절 맛볼 수 있단다. 이씨는 그중 "장칼국수는 고추장과 된장을 주재료로 사용해서 그런지 젊은이보다 중장년층이 더 좋아하지만 텁텁하면서도 개운한 전통의 맛을 고수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씨는 작년 가을 어느 날. 강원도에서 여행 왔다는 손님이 간판에 적힌 메뉴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들어왔다며 장칼국수를 시켜 게눈감추듯 그릇을 비우고는 굴과 바지락이 들어가서 그런지 고향에서 먹던 것보다 국물이 시원하다며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됐던 경험담도 들려준다.

그는 장칼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도 공개했다. 먼저 육수를 만드는 데 밴댕이, 황태 머리, 멸치, 다시마, 무, 양파, 대파 등 7가지 재료는 기본. 육수가 완성되면 약간의 육수를 그릇에 따로 담아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숙성시킨다.

숙성된 국물은 미리 준비한 육수와 섞어 면과 호박, 당근, 양파, 달걀, 새우, 바지락, 굴 등을 듬뿍 넣고 끓이면 영양 만점의 웰빙 장칼국수가 탄생한다. 참깨와 김 가루를 고명으로 얹는 것은 필수.

가족 4대가 함께 식사하면 두 명은 무료

 식당 벽에 걸린 안중근 의사 사진과 낙서판
식당 벽에 걸린 안중근 의사 사진과 낙서판조종안

벽에 걸린 1930년대 군산의 거리 흑백사진과 벚꽃이 만개한 공원 사진이 시간여행을 떠나게 한다. 안중근 뮤지컬 <영웅> 포스터와 스틸컷 공연 사진도 보인다. 손님들이 자유롭게 낙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흰 종이에 'SNS 인스타그램에 올리시는 고객님께 음료 서비스!'라고 적힌 글씨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인수, 김은희 부부의 경영 신념은 "평생의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 지역사회의 파트너로서 모두에게 행복을 전하고자 노력한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케팅 전략, 즉 손님에게 내놓은 음식 할인 조건도 독특하고 해학적이다.

▲ 백 텀블링 3회전 하면서 들어오면 1000원 할인. ▲ 수영복 입고 입장하면 음료 2병 무료. ▲ 송중기, 김혜수 데려오면 50% 할인, ▲ 가족 4대가 함께 식사하면 2인은 무료 등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짜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김은희 씨는 "대부분 불가능한 조건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것도 있다. 그래도 적어놓은 이유는 무더위로 신경이 예민해진 요즘 서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는 의미이니 재미로 읽어주면 고맙겠다. 그렇다고 모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 조건은 가족의 화목을 위해 도전해볼 만하지 않으냐"며 환하게 웃는다.

"저희는 얼마 전까지 한집에 4대가 살았어요. 할머니, 부모, 저희 부부 그리고 애들 이렇게 살다가 할머니가 3년 전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3대가 됐죠. 주말 부부로 살면서도 애들 인성교육은 걱정하지 않았어요. 밥상머리 교육을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할머니가 더 간절하게 생각났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할인 조건으로 표시한 겁니다."

국물에 밥을 비비면 또다른 별미
 처음 맛본 장칼국수 비빔밥
처음 맛본 장칼국수 비빔밥조종안

국물이 쌈박한 장칼국수. 처음 맛보는데도 집에서 자주 먹는 음식처럼 친숙하게 느껴진다. 달걀, 당근, 김, 깨소금, 바지락, 굴 등 비주얼이 장난이 아니다. 맛을 보기도 전에 군침이 돈다. 건더기를 휘적휘적 저어 맛을 본다. 주인이 직접 담갔다는 배추김치의 개운한 맛과 쫄깃한 면의 느낌이 입안에 착착 감긴다. 굴과 바지락을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면과 바지락, 굴 등을 건져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조금만 넣고 비벼 먹어 볼 것을 이씨 부부가 권한다. 짬뽕 국물에 말아먹을 때와 다른 식감을 즐길 수 있단다. 영화칼국수에만 준비된 레시피란다. 그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더니 그 또한 별미다. 어느 음식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오묘한 맛이 입안에 가득. 순식간에 그릇을 비웠다.

선조들은 여름에는 맵고 뜨거운 음식을, 겨울에는 냉면 등 차가운 음식을 즐겨 먹었다. '이열치열'이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삼복더위에도 뜨거운 음식으로 건강을 지켜냈던 것.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칼칼하면서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장칼국수 한 그릇으로 폭염과 '맞짱'을 뜨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군산매거진 8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칼국수 #이인수 #영화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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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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