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트 종이 해먹
김보경
이렇게 무모하게 시작된 실험쥐 래트 입양 작전은 행복하고 유쾌하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그 후 1년. 실험동물로 번식된 래트라서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었는데 다행히 입양자들이 보내준 사진이나 영상 속 아이들은 별 무리 없이 기존에 있던 아이들과 잘 어울렸고 행복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래트 20마리를 실험실에서 모두 구조했던 무모했던 시도. 래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걱정이 많았지만 아이들의 입양처를 찾는 내 글은 그날 밤 수없이 온라인상에서 공유됐고, 20마리 아이의 입양처가 모두 구해지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날 밤 크지 않은 래트 커뮤니티에서는 이 소식을 전달하느라 분주했던 모양이었다. 한 아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탄탄해진 개인 활동가 중심의 구조 네트워크와 종별 커뮤니티가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무엇보다 남들은 징그럽다고 하는 꼬리가 길고 눈이 빨간, 영락없는 실험쥐를 소중히 안고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아이들을 입양해 가는 분들에게 제일 고마웠다. 동물권 옹호 운동은 이런 많은, 평범한 반려인들에게 기대고 있다.
반면 실험동물의 입양 문제 등 개정될 게 많은 실험동물 관련 법안은 진척이 없다.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래트처럼 작은 동물도 해당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7년만 해도 300만 마리가 넘는 실험동물이 한국에서 사용 후 안락사당했다. 그중 92%가 내가 구조한 래트와 같은 설치류이다.
실험기관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해 3R 원칙(Reduction 감소, Refinement 개선, Replacement 대체)에 맞춰 동물실험을 줄이고, 실험동물에 대한 동물복지를 향상하도록 하고 있다지만 2016년(약 288만 건)에 비해 오히려 동물실험은 늘었다. 그 내용도 마취제 없이 동물에게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동물실험이 전체 3분의 2나 됐다. 한국의 실험동물이 생명으로 인정받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래트처럼 작은 동물은 더욱 더!
한 해에 300만 마리가 넘는 실험동물이 죽어 나가는 동물실험의 천국, 한국. 수많은 선한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안락사를 피해 지금은 누군가의 가족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20마리의 래트가 보란 듯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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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고, 먹고, 입고, 즐기는 동물에 관한 책을 내는 1인출판사 책공장더불어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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