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것도 매혹적이다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2] 양양의 낙산해변

등록 2018.08.14 14:50수정 2018.08.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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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숍
커피숍이상옥

   커피숍이 자리하고부터
   다들 보는 눈이 다르다 
         -디카시 <만해마을 입구 커피숍에서-밤나무의 말>



강원도 만해마을에서 열리는 만해축전 세미나 참석 차 양양을 거쳐 만해마을을 다녀왔다. 양양에 둘째 딸아이가 있어 만해마을 가는 길에 양양을 들러 밤의 낙산해변을 둘러 봤다. 낙산해변은 모래사장의 길이가 약 1킬로로 펼쳐 있고 모래가 깨끗하고 수질도 좋으며 해안가 수심도 얕아서 경포대해수욕장, 해운대해수욕장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해수욕장으로 일컬어질 만큼 유명한 곳이다. 또한 관동팔경의 하나인 천년 고찰 낙산사가 인근에 있어 금상첨화다.

낙산사는 드물게 해변에 위치해 있으며 3대 관음기도도량 중 하나다. 딸아이와 함께 낙산해변을 둘러보며 낙산사를 찾았으나 밤이라 경내에는 들어갈 수 없어 낙산사 입구에서 낙산해변의 밤바다만 보았다.

밤의 낙산해변에는 마차가 관광객들을 싣고 달리는 장면도 인상적이었고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여유롭게 폭죽을 터트리며 여름밤을 즐기는 가족들의 평화로운 풍경도 아름다웠다. 낙산해변 주변으로 커피숍과 음식점, 그리고 기념품 판매점 등이 제법 늦은 밤인데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어 도심을 연상하게 했다. 양양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도 아닌데 낙산사와 낙산해변의 힘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역시 지금은 문화콘텐츠의 시대가 분명했다.

 낙산해변에서 도서출판 디카시 평패를 새기는 장인의 손길이 눈부시다..
낙산해변에서 도서출판 디카시 평패를 새기는 장인의 손길이 눈부시다..이상옥

 낙산해변을 테크길을 산책하는 딸아이와 외손자
낙산해변을 테크길을 산책하는 딸아이와 외손자이상옥

 밤의 낙산해변 길을 달리는 낭만의 마차
밤의 낙산해변 길을 달리는 낭만의 마차이상옥

 밤의 낙산해변의 모래와 파도. 밤하늘의 달처럼 보이는 건 관광객이 띄운 등불이다.
밤의 낙산해변의 모래와 파도. 밤하늘의 달처럼 보이는 건 관광객이 띄운 등불이다. 이상옥

낙산해변을 둘러보며 특별한 이벤트라 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해변 가에 즉석에서 목판에 철필로 그림도 그려주고 글씨도 써 주는 가게를 발견했다. 마침 도서출판 디카시라는 명패를 하나 만들고 싶던 차에 가게 주인에게 새겨 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가능하다고 했다.

낙산해변에서 도서출판 디카시 명패를 새기고


2007년 디카시 잡지를 발간하기 위해서 고향집에다 도서출판 디카시를 설립했다. 그게 올해로 11년 만이다. 디카시 전문 잡지는 무크지를 거쳐 반년간지로, 지금은 계간 <디카시>로 발전하여 디카시연구소서 공적 잡지로 나온다.

이제 도서출판 디카시는 계간 디카시를 발간하는 일에는 손을 떼고 오로지 디카시 기획시선 하나만 내며 디카시연구소를 뒤에서 돕는 배경으로 남아 있다. 낙산해변에서 도서출판 디카시 설립 11년 만에 출판사 명패를 하나 제작한 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


 만해마을의 만해축전 현수막
만해마을의 만해축전 현수막이상옥

다음 날인 8월 12일 아침 만해마을에서 오전 9시부터 열리는 만해축전 세미나에 참석하게 위해 양양에서 오전 7시쯤 출발했다. 길이 좋고 차도 막히지 않아 40여 분 만에 만해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입구에 있는 커피숍에서 자료도 검토할 겸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숍 앞에 시내가 흐르고 커피숍을 배경으로 고목의 밤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밤나무 한 그루 때문에 커피숍은 더 돋보이고 우아했다. 원래는 그냥 평범한 고목 밤나무에 불과했을 터이나 곁에 커피숍이 들어서 밤나무는 더 이상 밤을 생산하는 기능적 유실수가 아니라 최고의 배경이 된 것이다.

밤나무처럼 누군가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는 것만큼 매혹적인 것도 없다. 낙산해변이 양양의 배경이 되어 양양이 빛나듯이 말이다. 때로 배경을 넘어 랜드마크가 되고 상징이 되기도 한다. 양양의 낙산해변이 그렇고 만해마을 입구의 밤나무가 그렇다. 앞으로  도서출판 디카시도 디카시의 아름다운 배경으로 남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디카시 #낙산해변 #만해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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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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