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프렌즈센타에서 친구들과 함께
김혜원
식탁 상판을 만드는 목재공장에서 일했던 티엔피도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한국행을 택한 청년이다. 프놈펜 작은 호텔에서 호텔리어로 일했지만 턱없이 작은 월급으로는 가난을 벗어날 길이 없었다.
유창한 영어와 손님들로부터 익히게 된 짧은 한국어 실력을 믿고 한국행을 감행한 티엔피. 입국할 당시만 해도 영어를 잘하면 편한 일자리를 얻게 될 줄 기대했지만 이주노동자에게 영어 능력은 큰 소용이 없었다. 단순 노동을 필요로 하는 공장에서는 '와', '가', '해', '야', '이거', '저거', '스톱' 등 짧은 말 몇 가지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티엔피는 묵묵히 한국생활에 적응했고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들을 이모저모로 돕고 위로하는 역할을 잘 해냈다. 그래서 그가 귀국할 때쯤에는 센터 안에 그를 따르는 많은 친구 그룹이 생겨나기도 했다.
"선생님 저희 몇 명이 한국에서 번 돈을 모아 프놈펜에 카페를 차리려고 해요. 거기서 한국에서 일하며 알게 된 친구와 친분도 계속 이어가고 카페 운영 수익 중 일부를 캄보디아 어린 아이들을 위한 일에 쓰고 싶어요. 캄보디아 어린이들은 물 때문에 많이 아파요. 깨끗하지 못한 물을 마시다보니 일찍 죽기도 하고 알지 못하는 병에 걸리기도 해요. 그런 아이들이 없도록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고 싶어요. 우유를 사먹을 수 있긴 하지만 비싸고 우유맛도 밍밍한 게 한국과는 달라요. 제가 카페로 돈을 벌면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과 질 좋은 우유를 먹게 할 거예요."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지만 티엔피의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한국에서 돈을 벌어간 친구들 몇몇이 출자를 해서 올 초 프놈펜 시내에 작은 카페를 오픈한 것이다. 한국에서 일하며 배운 목공기술과 페인트기술로 스스로 인테리어를 하고 틈틈이 바리스타 기술을 익혀 능숙하게 커피를 뽑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아직은 캄보디아에 커피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한국만큼 많지는 않다는 것이 문제인데 그것도 한국에서 고생한 만큼 버티고 고생하다보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