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 근거 없는 '장학회 100억원 출연' 논란

출연기관인데 행정사무감사도 안 받아... 강화군 “민간 법인이라 감사 대상아냐”

등록 2018.08.23 16:30수정 2018.08.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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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강화군 홈페이지 갈무리
강화군강화군 홈페이지 갈무리 김갑봉

인천광역시 강화군(유천호 군수)과 강화군의회가 출연 근거도 없이 민간이 설립한 재단법인 강화군장학회에 72억원을 출연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화군의회는 지난 7월 열린 제248회 강화군의회 임시회 때 강화군이 부의한 '강화군장학회 출연 계획 변경에 대한 동의(안)'을 가결했다. 군수가 바뀌자마자 출연조건 없이 2019년까지 총 72억원을 강화군장학회에 추가 출연키로 했다.

이는 기존 28억원 출연까지 포함하면 총 100억원을 출연하는 것인데, 출연 근거도 없고 의회의 행정사무 감사도 안 받는 것이라 파장이 클 전망이다.

강화군장학회 출연은 전임 이상복 군수 시절 때 부결된 사업이다. 이 전 군수는 예산을 출연하는 만큼 장학회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연직 이사 10명 증원(군과 의회 각 5명씩 추천)'과 '강화군이 장학회 사무국 업무 대행'을 출연 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강화군장학회가 이를 거부해 출연이 무산됐는데, 유천호 군수로 바뀌자마자 이 같은 조건도 없이 72억원을 출연키로 한 것이다. 올해 출연금만 41억원이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출연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예산을 출연하려면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야 하고, 동시에 해당 지자체의 출자ㆍ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따라야 하며, 운영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강화군에 장학회 관련 조례인 '강화군 장학회 설립 및 운영지원에 관한 조례'가 있지만, 이는 강화군장학회와 무관하다는 게 강화군 입장이다. 민간에서 만든 공익법인이라 강화군 조례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강화군 장학회 조례를 보면 법인 정관의 제ㆍ개정, 임원의 임면, 기본재산의 처분에 대하여 군수와 사전 협의를 거치게 돼 있고, 매년 전년도의 사업실적과 결산서, 당해년도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를 군수에게 제출하게 돼 있다.

또한 임원의 경우 강화군수가 추천하는 5명과 강화군의회가 추천한 5명을 당연직 이사로 선임하게 돼 있다. 그러나 강화군은 "강화군장학회가 민법으로 설립된 공익법인이라 조례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강화군장학회는 강화군이 출연하는 데도 의회 행정 사무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강화군은 "장학사업은 교육청 사업으로 강화군장학회는 인천교육청의 관리ㆍ감독을 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화군의 이 같은 해명은 인천시가 출연해 설립한 재단법인 인천인재육성재단 운영과 비교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100억원 출연하고도 강화군과 의회는 아무 권한 없어

인천인재육성재단 또한 재단법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단법인 설립과 관련한 내용은 '공익법인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랐다. 핵심은 출연 근거다.

인천인재육성재단은 인천시의 출연 기관이기 때문에 시가 출연하려면 우선 '지방자치단체 출자ㆍ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하고, 동시에 '인천광역시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시는 '재단법인 인천인재육성재단 설립 및 운영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강화군은 "총 100억원을 출연하는 데도 근거가 없고, 100억원을 출연하면서 장학회 조례가 있는데도 민간 법인은 조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강화군이 출연하는 기관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인천인재육성재단의 경우 출연기관인 만큼 이사회에 인천시장 당연직으로 참여하고, 감사는 기획조정실장이 맡고 있다. 재단 사무국에는 시 공무원을 파견해 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매년 시의회에 업무보고를 하고 행정사무감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강화군장학회는 이 같은 장치가 전혀 없다. 현재 강화군장학회의 기금 중 민간이 3억 8000만원이고, 강화군 출연금은 69억원이다. 향후 강화군은 추가로 100억원을 출연하더라도 아무런 권한 행사를 할 수 없고, 강화군의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민간에서 먼저 만든 법인이라고 해도 지자체가 출연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고, 없다면 정비를 해야 한다. 출연 근거와 운영에 관한 조례 없이 출연한다면 이는 위법한 행정이다. 출연을 중단하고 관련 제도부터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또 강화군장학회가 이를 거부하면 중단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강화군장학회는 이사장을 비롯해 이사들의 연임 제한 규정이 없다. 인천인재육성재단의 경우 이사를 공모해 선출하고 있지만, 강화군장학회는 출연기관인데도 이 같은 장치조차 없다. 강화군장학회는 출연기관임에도 일부 인사들의 사적소유물이나 다름없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화군 #유천호 강화군수 #강화군장학회 #강화군의회 #출자출연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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