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쪽에서 바라본 ‘봄의 아폴로 전차’. 태양신 아폴로가 향하는 곳은 건물 중앙의 루이14세 침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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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마차 뒤쪽에선 정원 저 너머 베르사유궁의 중앙건물이 보였다. 그 중앙건물의 정중앙 3층에 루이 14세의 침실이 있었다. 프랑스 왕국의 심장이다. "짐이 곧 국가"라고 외치던 그의 말이 궁전의 건물과 연못 배치와 조각품 설치를 통해 그대로 실현되어 있었던 셈이다. 침실이 있는 태양왕 루이 14세의 주거공간은 태양신 아폴로 신전처럼 신성한 곳으로 간주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잠자리에 들 때와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궁정인들의 알현을 받았고, 여기서 천하만사를 논하고 각국 대사들을 접견했다. 황금빛으로 장식된 그 방에 들어섰을 때 루이 14세의 부귀영화가 그대로 느껴지는 기분이기도 했었다. 태양신 아폴로와 태양왕 루이 14세. 그래서 정원 곳곳에 루이 14세를 상징하는 아폴로 석상들이 세워져 있는 거였다.
나는 다시 전기차를 몰고 대운하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았던 프티 트리아농(Petit Trianon)성으로 향했다. 그렇지 않아도 본관의 앙투아네트 방이 폐쇄되어 아쉬웠던 참이라 그녀의 손길이 닿았던 이곳만은 꼭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 성은 본래 루이 15세가 '공식 애인' 퐁파두르 부인에게 주려고 지은 것이었으나, 완공되기 4년 전 병으로 죽는 바람에 바리 부인에게 주었다가 루이 16세가 즉위하면서 곧바로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하사된 성이었다.
성 앞에 이르러 차를 주차시킨 뒤 건물 입구로 다가가니 여기도 보안검색이 실시되고 있었다. 늘어선 관람객들을 뒤따라 그녀가 쓰던 접견실, 음악실, 침실, 부엌, 화장실 등을 구경했다. 2층 건물인 프티 트리아농은 사치의 대명사인 앙투아네트의 악명과 달리 실제론 사치스러운 것도, 호화스러운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