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전 총리의 뼈 있는 조언... "평화는 작은 일에서부터"

17일 한스 모드로 전 총리 '통일 독일의 경험과 한반도에의 함의' 강연

등록 2018.09.18 08:15수정 2018.09.1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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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 모드로(Hans Modrow) 동독 전 총리(가운데)가 지난 17일 북한대학원대학교 대회의실에서 ‘통일 독일의 경험과 한반도에의 함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한스 모드로(Hans Modrow) 동독 전 총리(가운데)가 지난 17일 북한대학원대학교 대회의실에서 ‘통일 독일의 경험과 한반도에의 함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최종환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아래 평양회담) 개최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정착을 위해선 상호 신뢰 회복과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스 모드로(Hans Modrow) 동독 전 총리는 북한대학원대학교(총장 안호영) 대회의실에서 열린 '통일 독일의 경험과 한반도에의 함의' 강연에서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이후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이 열리면서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라면서 "남북한이 처음부터 큰 것을 바라보고 가기보다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북한대학원대 SSK남북한마음통합연구센터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통일부 관계자 및 경남대와 북한대학원대 교수, 북한학 연구자 등이 참석했다. 독일의 통일 과정을 들여다보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1928년 출생한 한스 모드로 전 총리는 동독의 정치인이자, 공산당 마지막 수장을 지냈다. 2차 세계대전(1942~1945, 국민돌격대 소속으로 참전) 당시 전쟁포로가 된 후 사회주의통일당(SED)에 입당해 본격적인 정치인 인생을 걸어왔다.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동독에서 여행과 언론 자유 보장 등 개혁 정책을 추진했으며, 통일 이후에는 5년 간 유럽의회 의원(1999년 7월 20일~2004년 7월 19일)을 지내는 등 꾸준하게 대외활동을 펼쳤다.

한스 모드로 전 총리는 1945년 이후 독일 70년 역사를 관통하는 산 증인으로서, 강연에서 독일의 통일 전후 과정을 맥락적으로 짚어보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북미정상회담 자체만으로 '긍정적'

한스 모드로 전 총리는 최근 벌어진 한반도 정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사실 북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지도자가 서로 악수하는 것만으로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라면서 "이 일이 어떻게 가능했고, 정치적인 노력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층 가까워진 남북관계에 대해 "동독도 올림픽에서 단일팀을 꾸린 경험이 있다, 작은 이벤트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게 있다"라면서 "(통일을 위한) 사회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서로 가까워지려는 모습과 공통의 이해관계를 찾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이라는 국가적 대업을 이루기 위해선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통일 전 동·서독은 1956년부터 1960·1964년 여름과 겨울 올림픽에서 모두 단일팀으로 참가했다.


분단 직후 서독만이 독일을 대표하는 유일한 국가올림픽위원회로 인정됐기 때문에 동독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선 단일팀은 어쩔 수 없는 절차였다. 이후 양국은 선수 선발을 오직 실력으로만 뽑아 단일팀을 구성했고,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작은 일부터 세밀하게 준비한 덕분에 두 나라는 스포츠를 통한 우애를 다질 수 있었다.

"통일은 단계적 과정 거쳐야"

특히 한스 모드로 전 총리는 독일 통일 과정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계약 공동체' '연합국가' 등을 제시했다. 계약 공동체는 두 국가가 존속하면서 협력하는 과정으로, 통일 이후 급격한 변화로 초래될 정치·사회적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이때 중요한 건 시민들의 자유로운 왕래와 교류다. 통일 전 동·서독에는 정부보다 민간 주도의 교류가 활발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 개인이 자유롭게 동독을 방문해 다양한 사업과 화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음 단계로, 관계가 일정 수준 개선되면 연합국가로서 본격적인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일 해법은 김영삼 정부가 1994년 제시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화해·협력 단계를 시작으로 남북연합, 통일국가 완성이라는 3단계 프로세스가 통일정책의 기본 방향인 것. 남북연합은 한스 모드로 전 총리가 설명했듯 "통일로 가는 중간과정으로 남북한이 상호 협력해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과도적 통일 체제"를 말한다.

끝으로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조언으로 그는 "이산가족상봉과 개성공단, 유라시아 철도 구상 등 여러 굵직한 현안이 있지만 한 덩어리로 보지 말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라면서 "중요한 건 대북정책의 일관성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합의문을 이행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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