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 선거캠프 만원프로젝트. 시민들이 모은 만원으로 제주에서 여성청년 도지사 후보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제주녹색당
지방선거에서 고은영 선거캠프는 '만원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민이 참여하는 모금방식과 선거과정을 오픈하는 것은 어떻게 여성정치인을 발굴했고 키웠는지를 보여주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 과정엔 시민경선을 치루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 엽서를 주며 시민경선인단에 가입하라고 권유하는 작업들도 있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을 한 발 딛게 할 수 있는 장치였어요.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정치혐오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여성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치혐오로 당적을 갖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좋은 장치였다고 생각해요.
여성 청년, 정치신인들이 함께 해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역사회에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요. 어라, 경선을 하네? 다 무소속이네? 혹은 정당이 다르네? 저 테마를 들고 같이 나왔네? 시민들에게 보여주는거죠.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프'도 있었죠."
'구프'는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로, "대통령도 끌어내렸는데 내 동네라고 못 바꿀소냐"라며 동네에서 출마한 무소속 후보들의 모임이다. 기성 정당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치적 실험이자 프로젝트인 것이다.
고은영은 새로운 정치적 시도를 두고 "중요한 건 어느 한쪽이 독식하는 것이 아닌, 민주주의 원칙을 세우고 가져가는 것"이라 짚었다. 승자독식 선거제도를 비판하면서 더 다양한 목소리를 위한 정치판을 짜는 것, 그것이 아마 여성청년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사람의 성장은 지역에서 시작"
다섯 번째 사연 : "저는 곧 부산으로 이주할 예정입니다. 주민참여예산이나 마을사업과 같은 동네 정치를 해볼까 생각 중인데요. 고은영님은 새로운 동네에 가서 어떤 경로로 정치적 활동을 시작하셨나요? 이주민이라서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고은영은 제주에 왔을 당시 제주의 개발 광풍을 보며 뭐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당 활동은 2016년에 서귀포 지역 모임으로 시작했고, 모임을 꾸려나가기 위한 모임지기가 돼 지역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당 운영위원회에 여성운영위원 비율이 부족했고, 지역모임에서 한 명씩 당연직으로 올라가게 되어 운영위원이 됐다. 당 활동을 하자마자 모임지기가 되고 운영위원이 된 것이다. 제비뽑기로 공동운영위원장이 되었고, 당내 활동에 깊숙이 몰입하면서 경선을 거쳐 지사 후보까지 되었다고 말한다. 이 모든 과정이 단 2년 만에 일어났다.
고은영은 '녹색당 한정 케이스'라며 본인이 겪은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가능했나에 대한 물음에 고은영은 두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지역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주민으로서 제주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했을 수 있으나 동네는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제가 이주민으로서 제주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부족할 수 있으나 우리 동네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동네정치를 시작하는 그 공간이 이주민에게도 패널티를 주지 않는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정치적 싸움도 힘든데 내부투쟁으로 외로운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연대자들을 찾고 같이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역에 애착을 갖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정치가 그게 진짜 자치이고 정치죠. 평범한 사람의 성장을 지역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의 정치 환경은 지역에서 평범한 사람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당에서 얼마나 청년 정치인을 잘 길러내기 위해서는 당부터 안전하고 평등한 공간이 돼야 한다. 고은영이 당 활동을 시작한지 2년 만에 경선을 거쳐 도지사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여성 청년도 충분히 대표될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서' 혹은 '여자라서'라는 이유가 붙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각자의 생각과 가능성을 무한히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여성 청년들이 당에서 내부투쟁을 하고 있고 그들의 정치를 이어나가는 것에 있다. 청년들이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소비되는 것에 고은영은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분명히 나아가고 있고, 이 정치를 변화시키고 있다.
작은 승리의 경험을 만들어가며
여섯 번째 사연: "이번 선거를 통해 변화하고 있고 조금은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은영님은 어떤 순간이나 경험들을 통해 '나아가고 있음'과 '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과 노력을 보답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고은영은 세 개의 작은 승리의 경험들을 꼽았다. 첫 번째는 오라관광단지 사업을 중단시킨 것, 두 번째는 비례대표 축소 발의 철회, 세 번째는 퀴어문화축제 장소 행정소송이다.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은 도내 사상 최대 규모의 관광개발사업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환경영향평가 절차 위반 논란이 있었으며, 교통, 하수, 쓰레기 피해 등 환경파괴와 난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고은영은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에 반대하는 시민필리버스터를 하고, "찬성하면 낙선이다"라고 낙선운동을 하고,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운동들을 해나갔다. 그 결과 자본검증 단계가 도입되며 사업이 실제적으로 중단이 되었다. 많은 도민들이 우려하는 사업이었음에도 10년 동안 막지 못했던 것을 결국엔 막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