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광역철도인 도큐 전철의 모습. 2004년 도큐 전철의 1.9km 구간을 지하화하는 데에 1천억 엔에 육박하는 비용이 들었다.
박장식
이러한 교통 공약 중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것들도 있다.
제주 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차주홍 후보는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된 제주 해저터널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 대체 자동차전용도로가 있어 예비 타당성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는 제천-영월 간 고속도로는 제천·단양에 출마한 민주당 이후삼 후보, 홍천·횡성·영월·평창에 출마한 민주당 원경환 후보와 통합당 유상범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복수의 지역에서 나왔다.
대도시 지역에서 주로 나오는 '지하화' 공약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이 공약은 지상에서 운영되는 철도와 고속도로가 소음, 미관상 문제와 도시 단절 문제 등을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거론되곤 한다.
지난 6일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부산광역시를 찾아 경부선의 부산 시내 구간을 지하화하겠다며 발언한 바 있고, 지난 3월 27일에는 민주당의 경인지역 후보 5명이 경인선 지하화를 공동 공약으로 내세우며 약 6조 원의 예산으로 지하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어떨까.
도심 지역 철도의 지하화 공사가 잦은 일본의 경우를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은 2004년, 도쿄 시부야-요코하마 간 광역전철을 운영하는 도큐 전철이 미나토미라이선의 개통에 맞추어 히가시하쿠라쿠-요코하마 구간의 복선 전철 1.9km를 지하화했는데, 사업비는 당시 1000억 엔(당시 한화 약 1조 1600억)이 소요되었다.
그렇다면 이미 2012년부터 선거에서 지하화 공약이 숱하게 나왔던, 경부선 지하화 사업의 예상 사업비는 어느 정도가 될까. 이미 2013년 국토교통부는 서울 노량진역에서 군포 당정역까지 약 26km 구간의 사업비가 최소 16조 3000억 원이 소요된다며, 다른 SOC 사업이 예정된 현 상황에서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하화가 이루어진 사례는 한정적이다. 경부선이나 경인선 등 주요 철도 노선에서는 시도된 사례가 없다. 호남선 목포 시내 구간, 강릉선 강릉 시내 구간 등 사업이 용이한 일부 구간에서만 복선전철화를 겸해 시행되었다.
철도와 도로 공약... 이걸 다 시행하면 얼마야?
KBS 데이터저널리즘팀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이번 총선 공약의 14%, 247개의 공약이 철도와 도로, 지하철 등 SOC 공약이었다. 이미 통과된 사업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공약은 물론, 새로운 도로를 깔고 철도를 개통하며, 이미 폐기된 사업을 부활시키겠다는 내용까지 천차만별의 공약이 등장했다.
올해 SOC에 배정되는 예산은 23조 2000억 원이다. 이런 공약들이 모두 현재의 예산 아래에서 가능하긴 한 걸까. 기자와 인터뷰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고개를 저었다. 이 사무총장은 "도로, 철도 공약에 들어가는 양당의 예산을 계산하면 민주당이 약 31조 원, 미래통합당이 약 71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이런 SOC 사업이 선거 공약으로 제시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라며, "미국과 일본의 버블 경제의 주범이 SOC 사업의 남발이었다. 과도한 SOC 사업, 즉 토건 사업으로 인해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해 지자체가 파산한 사례도 해외에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교통 시설의 확충은 궁극적으로 '집값'과 '땅값'을 올리게 된다.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부추기겠다는 것이 선거 공약에 투영된 이른바 '매표행위'로 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부동산을 안정화하는 정책을 낼 수 있을 것이며, 무슨 경제 활성화가 가능하겠냐"라며 쓴소리를 했다.
"유권자들의 시각 못 따라가는 정치인들이 문제"
여야를 막론하고 공약을 사실상 재탕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19년 10월 국토교통부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발표한 '광역교통 2030' 계획에서 차용한 BRT 노선 개설, 광역버스 노선 확충 등의 공약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쏟아졌고,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착공하겠다'며 공약에 올리는 경우도 보인다.
이러한 공약의 '재탕'은 독창적인 공약을 기대했던 유권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유권자들은 'SOC 공약을 환영하지만, 이것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미 유권자들의 시각은 높아졌는데, 정치인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약(空約)'은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선거 때만 되면 남발되는 공약 대신, 정부와 전문가가 주도하는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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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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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때면 나오는 '교통 공약', 얼마나 현실성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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