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소재 부동산 16채가 '검소하게 생활해 이룬 경제적 성취'라는 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맞벌이 부부로 저 역시 누구보다 알뜰하고 검소하게 살아왔지만, 재산이라곤 지금 살고 있는 30평짜리 아파트 한 채가 전부입니다. 주택 마련은커녕 전세도 힘겨워 월세를 전전하는 많은 지역 주민들은 그 말에 한 번 더 상처를 입었습니다. 결국 그 나이에 그만한 부동산도 갖지 못했다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해왔거나 경제적으로 무능하다는 걸까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의원님댁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지도층 대부분이 부동산 부자라는 사실을 아이들도 모두 알아버렸다는 겁니다. 철든 고등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생들조차 장래희망을 '건물주'라고 담담히 말하는 세상입니다. 아이들조차 그런 되바라진 꿈을 갖도록 만든 건, 의원님과 사모님 같은 분들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왜 나만 갖고 그러냐며 억울해하실 순 있겠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고위공직자 셋 중 한 명이 강남3구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특히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경우에는 54%에 이른다고 합니다. 부동산과 관련이 깊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고위공직자의 경우에도 각각 75%와 60%가 주택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 소유자라는 통계도 있으니 말입니다.
'건물주'들 앞에서야 사모님의 해명이 설득력 있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지역 주민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장기 임대사업으로 등록돼 정식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는 항변은 그저 당연한 것일 뿐, 그렇게 당당해 할 내용은 못됩니다. 아무리 세금 포탈을 일삼는 불량한 임대사업자들이 많다기로서니 그걸 자랑삼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고향에 사는 한 고등학교 동창생이 그러더군요. 일각에서 이번 일로 서울에서의 공직 경험을 살려 고향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원님의 다짐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지역구 주민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적어도 집 없는 서민들을 대변할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나아가 이들 사이에서는 정치적인 각성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선거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이에게 투표하지 않고, 자신이 선망하는 이를 뽑아온 오랜 관행을 이번 일로 깨달아가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지금껏 의원님과 같은 '고향 여수가 낳은 인물'을 뽑았지만, 앞으로는 평생을 고향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이에게 투표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요컨대, 진정 고향을 사랑하고 지역구 주민들의 삶으로 들어가고자 한다면, 사유재산권과 영리활동, 거주이전의 자유를 운운하기에 앞서 그 많은 서울 소재 부동산부터 처분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든 고향을 떠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비치면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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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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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의원님, '주택 16채' 없는 저는 무능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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