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소개된 칼라니티 가족 사진. 저자 폴, 아내 루시, 딸 케이디.
SUSZI LURIE MCFADDEN
죽음이 삶의 과정이 될 때 할 수 있는 일들
그의 비범한 선택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아이를 낳기로 한 데서 끝나지 않았다. 남은 나날을 요양하며 몸을 추스를 거란 예상을 뒤엎고, 증세가 호전되자마자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복직했다. 하루 10시간 서서, 매스 1mm의 오차도 치명적인 뇌수술을 해야 하는 최고참 레지던트 자리로 돌아간 거다. 거기에 작가의 삶까지 더했다. 노트북을 켜고 <숨결이 바람 될 때> 원고 집필을 시작했다. 화학 요법으로 손끝이 갈라져 특수 장갑을 끼고 자정이 넘을 때까지 글을 썼다.
차라리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파라솔 밑에 누워 오렌지주스나 마시며 쉬었다면, 보는 이들의 마음도 편했을까. 죽음을 목전에 둔 폴 칼라니티는, 어째서 더 사랑하고 더 일하며 더 꿈을 좇는 남다른 선택을 한 걸까. 이런 비범한 선택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건 영원을 살 것처럼 아몬드 나무를 심는 어느 그리스인 할아버지와 내일 죽을 것처럼 산다는 조르바가 어쩌면 똑같을지도 모르는 것과 같았다(그리스인 조르바 중.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즉, 죽음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했다.
각자에게 중요한 가치들을 묵묵히 따라가는 선택을 통해, 죽음을 삶의 비극이자 종착이 아닌, 삶의 한 과정으로 만들 수 있었다. 폴 칼라니티에겐 아이와 아내, 레지던트로서 얻는 보람, 작가 활동으로 얻는 성숙이, 캘리포니아 해변의 오렌지주스보다 귀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