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백운교 앞에서
이희동
불국사도 식후경
원성왕릉을 나와 불국사 가는 길에 식당을 들르기로 했다. 혼자 다녔으면 그냥 건너뛸 점심이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니 끼니를 챙기는 건 필수였다. 언제 어떤 상황이라도 배고프면 인정사정없이 징징대는 아이들. 시간이 부족할 때는 야속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그 지역 맛을 알게 되니 그 역시 가족 여행의 백미임은 분명했다.
불국사 주변에 맛집이 있으려나. 스마트폰 앱으로 검색하니 의외로 밀면을 파는 식당들이 많았다. 웬 밀면? 부산이 가까워서 그런가? 부산 사람들이 이곳까지 와서 장사를 하는 건가?
어쨌든 우리는 그 많은 밀면집 중 한 군데를 골라 들어갔고 서울에서는 말이 안 되는 돈을 내고 밀면과 불고기를 흡입하듯 먹었다. 때가 약간 지나서 배고프기도 했지만 음식이 워낙에 맛있었다.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한산하던 식당은 어느덧 사람으로 가득 찼다. 우리는 맛집을 잘 골랐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감탄을 연발하며 연신 불고기를 추가하는 아이들. 그런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다 배부를 수밖에. 그래, 여행이란 보는 것뿐만 아니라 먹는 것도 중요한 요소지. 그것은 혼자 여행하면 절대 느낄 수 없는 행복감이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불국사 관람
불국사 도착. 차는 후문에 세웠지만 우리는 굳이 몇백 미터를 걸어 정문에서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사찰이란 사바세계를 형상화한 것이므로 여러 개의 관문을 거쳐 부처님을 뵈어야만 그 감동이 배가되는 법. 일주문을 시작으로 사천왕문을 지나 누각을 건너 대웅전을 봐야 사찰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에 다다르니 조금 긴장되었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천왕만 보면 울음을 터트리던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웬걸. 녀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그곳을 천연덕스럽게 지나갔다. 무섭지 않냐며, 너희들이 잘못하면 이분들이 잡아갈 것이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아이들의 콧방귀였다. 6살 막내만 긴가민가할 뿐이었다. 오호라 통재라. 이제 너희들의 순수한 시절도 거의 끝나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