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40억 원 넘는 재산을 가진 50대 비장애인 남성'이다. 평균으로만 따져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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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들 아는 것처럼, 정치인 모두가 국민처럼 사는 건 아니다. 소선거구제는 각종 유형의 정치인을 만든다. 부자 정치인을 양산하고, 정치낭인을 만들기도 하며 정치 브로커를 낳기도 한다.
"그 의원은 차 뒤 트렁크에 발렌타인 30년산을 잔뜩 싣고 다니다가 식사 때마다 기자들한테 한 병씩 돌려."
기자가 직접 해준 이야기다. 국회의원이 특권층으로 인식되는 건 이런 의원들 때문이다.
평균치를 따지면, 국회의원은 '40억 원 넘는 재산을 가진 50대 비장애인 남성'이다. 상당수는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40억 원 재산은 꿈도 못 꾸는, 50대 비장애인 남성으로만 정체성을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강남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도 자기 소유의 집이 없는 사람들이 반이다.
안 그래도 그 나이대가 되면 '꼰대'가 되는데, 국회야말로 꼰대들의 집합소라 볼 만 하다. 그것도 부동산도 많고 돈도 많아, 웬만해선 가난하고 집 없는 사람들 심정을 알 리 없는 그런 꼰대들의 집합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몇 억 원의 선거비용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만 국회의원이 될 수 있으니까. 1등만 당선되는 선거제도 하에서 '도 아니면 모'를 감당할 수 있는 재력이 있는 사람들, 당선돼 보전받을 걸 감안하더라도 우선은 그 몇 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신용이나 담보가 있는 사람들, 혹은 그런 돈을 동원할 인맥을 갖춘 사람들이 주로 선거에 뛰어드는 건 당연하다. 도박도 밑천이 있는 사람이 하는 법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정당은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곳이 아니라 영입하는 곳이고, 1등 독식 선거 제도라는 것이 그럴듯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알려진 사람들, 폼 나는 사람들을 영입해야 당장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제도이므로 정치판은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 2모작' 공간이다.
이러니 국회는 강북보다는 강남에 가깝다. 축구나 야구장보다는 골프장에 가까우며, 맥주∙소주보다는 발렌타인 30년산에 가깝다. 당연히 국민보다는 재벌에, 서민보다는 기득권층에 밀착한다.
많은 정치인들이 어제는 조폭인사와 어묵취식이 쌍을 이룬 재래시장 밀착행보를 하고, 오늘은 대형마트 규제완화에 찬성하는 건 그래서 정신분열이 아니다.
정치낭인
정치는 그 안으로 안착한 사람을 중심으로 '고급' 문화를 만들지만, 낙오한 사람들을 낭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동네에 가면 선거 몇 번씩 나오고, 변변한 직업도 없이 정치 근처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몇 명은 꼭 있다. 출세욕은 크지만 공천은 못 받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지방의원에 당선되거나 아니면 공공기관 어디서 작더라도 한 자리 받는 게 꿈이다. 꿈을 이루면 때깔이 달라진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들 역시 국민과 밀착하는 정치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억울한 게 있다.
진보정치 하는 사람들은 전국 곳곳에 있다. 저마다 자기 지역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먹고 살아야 하니, 누구는 막노동을 뛰고, 어떤 이는 장사를 하며 시간을 쪼갠다. 그 중에는 다른 생계수단 없이 전업으로 당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당에서는 전업정치인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이들이 생계의 지장 없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해줘야 당이 성장한다.
그런데, 진보정치인들도 동네에선 정치낭인 취급이다. 지역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거다.
"막노동 뛰는 놈이 무슨 정치를 한다고 그래."
진보정치의 불굴의 투사들에 대한 지역의 평가가 이렇다. 서울보다는 지방으로 갈수록 이런 경향이 있다.
"직업도 없이 그냥 당에 붙어 있다면서."
나에게 나의 동지들은 활동가지만, 남에게 우리는 정치낭인이다. 신념으로 일하는 정치인보다는 한 자리 차지하려는 정치낭인이 범람하는 사회에서 진보정치인이 이런 취급을 당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3선 의원이지만, 정작 의원 생활은 7년 밖에 못 했고, 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진보정치를 태동, 생존시키기 위해 온 생을 바쳤던 노회찬은 대표적인 '정치낭인'이었다.
정치브로커
▲선거판에는 브로커가 따른다. 정치낭인계의 비정규직 정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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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락마다 브로커가 한 명씩은 꼭 있어요."
김제부안 선거에 출마했을 때, 여러 명이 해준 얘기다. '당선되려면 돈을 뿌려야 한다' '브로커들이 알아서 봉고차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투표장으로 실어 나른다' 따위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 직전 선거 때 어떤 후보는 마지막에 '실탄'이 부족해 브로커들한테 한 50만 원 정도밖에 못 줬는데, 브로커들이 "기름값도 안 나온다"면서 임무를 소홀히 했던 게 패인이었다고 분석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런 브로커들도 일종의 정치낭인이다. 굳이 따지자면 정치낭인계의 비정규직 정도 되겠다. 시골에서 농사 지어 먹고 살기는 힘들고, 변변한 돈벌이는 없으니 선거브로커는 짭짤한 알바다. 선거는 이들에게 강남 갔던 제비한테 박씨 하나씩 받을 기회다. 이런 사람들이 워낙 많아 시골 경제는 선거로 내수진작이 되겠다 싶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생계형 정치브로커들은 국민과 밀착한 사람들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에 바라는 건 이런 밀착이 아니다.
신념이 있어서든, 출세욕만 있고 공천 받을 능력은 없어서든, 선거에서 흘러나오는 고물을 받는 처지든 모두 정치낭인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과 같은 선거제도가 계속되는 한 정치낭인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신념이 있는 진보정당의 전업활동가는 선거제도를 통해 얼마든지 당선이 가능해진다. 비례를 늘리고, 지역구가 축소되면 동네 이권이나 개입하고, 지역 권력자 주변에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부락마다 있는 브로커들'도 줄어들 것이다.
내수진작은? 그건 농촌 살리는 다른 정책을 써야 한다.
정당이 형성하는 문화에 대해서
정치인과 유권자의 밀착도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문화와 유권자의 삶의 문화가 같아야 한다.
정치가 유권자의 문화를 형성하고, 유권자의 문화가 정치의 문화를 결정하면서 융합해야 그게 진짜 밀착도가 높은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가 '융합'이라는데, 진짜 융합되어야 할 건 그거다.
낮은 언덕이 이어지는 곳에 길이 나있었다. 그 길을 새 차는 아니지만 아주 낡지도 않은 버스를 타고 넘어가고 있었다. 한두 시간만 더 가면 이제 아프카니스탄 국경이다.
"집집마다 깃발이 하나씩 걸려 있는데, 저게 뭐죠?"
2002년. 구호활동을 위해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아프카니스탄으로 넘어가던 때였다. 차에 탄 사람들 마다 각종 추측을 내놨다.
"국경일 같은 날이라 깃발 걸었나 보네." "저게 파키스탄 국기인가?" "디자인들이 다른데?"
현지인에게 들으니, 지지하는 정당 깃발을 그렇게 집집마다 건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사회적 맥락이 있을 테지만, 그와 별개로 난 그때 처음, 정당이 사회 속에서 형성하는 '문화'에 대해 고민했었다. 앞집에는 정의당 깃발, 옆집은 민주당 깃발, 뒷집은 자유한국당 깃발 게시가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사회라니. 뜬금없는 곳에서 얻은 뜻밖의 깨달음이었다.
▲스웨덴에서는 1년에 한 번 알메달렌 정치박람회가 열린다. 사진은 2014년 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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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는 알메달렌 정치 박람회가 1년에 한 번씩 열린다. 1주일간 원내정당들이 하루씩 정당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각 정당은 정책 설명회, 세미나, 당 대표와의 대화 등을 연다. 1주일간 2000~3000개의 세미나가 열리고, 역시 2만~3만 명의 시민이 방문한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매년 7월 첫째 주에 스웨덴의 제주도인 고틀란드 섬에서 열린다. 많은 국민들이 휴가 기간 동안 간편한 복장으로 이 행사에 참여한다. 300~400명의 언론인이 '정치인들의 록페스티벌'이라는 이 박람회를 신문·방송을 통해 비중있게 다룬다. 올해는 방송이 1000여 개의 행사를 중계했다고 한다.
정당과 정치가 만든 문화가 삶의 문화로 자리 잡은 나라들은 이런 모습이다. 이런 곳이야 말로 정치와 유권자와의 밀착도가 높다.
주목해야 할 점은 스웨덴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조건에서 국민과 똑같이 사는 정치인이 보통의 국민들 보다 두 배쯤 많은 일을 하며, 너무 힘들어서 한 30%쯤은 재선을 포기하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소선거구제보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유권자와 닮은 정치인을 키운다. 민심을 배반하지 않는 선거제도, 그것이 곧 정치인과 국민의 밀착도를 높인다.
자유한국당이 몰락한 건 당색을 빨간색으로 바꿔서가 아니다. 소선거구제 뒤에 숨어, 기득권층과 밀착하기를 밥 먹듯이 했기 때문이다. 아니 자신이 곧 기득권층이었기 때문이다.
노회찬재단(가칭) 설립 추진 |
노회찬재단(가칭) 설립 실행위원회는 지난 10월 8일부터 준비위원 구성 및 시민추진위원 모집을 시작했다. 시민추진위원 참여는 노회찬재단 준비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hcroh.org)에서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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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전 대변인,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까페2 진행자
정의당 교육연수원장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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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때문에 한국당 침몰? 그들이 숨기고 싶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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