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아직 부족한 어른의 성장기.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가 출간되었다.
북라이프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는 저자가 한국사회에서 살면서 겪었던 고군분투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는 저자는 다독가임을 뽐내듯이 여러 책에 담긴 내용들을 인용했고, 자신의 경험을 인용문에 녹여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영국과 뉴질랜드로 혈혈단신으로 떠나 겪은 이야기를 비롯해, 어릴 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의 추억, 딸과 옥신각신 재밌게 사는 이야기, 힘들었던 과거 연애 이야기까지 책 한 권으로 저자가 살아온 서사를 파노라마처럼 접할 수 있다. 쉽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스토리 전개로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하였고, 분량도 많지 않아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 갈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여러 챕터를 통해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 과정과 그에 따른 성장통을 묘사했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청소년, 중년은?
어릴 때 어른들이 하셨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린이는 앞으로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였다. 이 말을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드문드문 듣곤 했는데, 어느 순간 그 가능성이 좁아지더니 이젠 미래를 바라보기보다 하루하루 현실에 충실한 내 모습을 발견한다.
어쩌면 지독하게 버티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뭔가 확 바꾸기엔 늦은 나이가 된 건 아닐까 씁쓸한 마음도 든다. 많은 이들에게 꿈이란 어릴 땐 대통령으로 시작해서 점점 현실적으로 변모해 의사나 과학자를 거쳐 결국 로또 당첨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언제까지 로또 당첨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으니, 인생에서 소소한 행복과 목표를 찾아야하지 않을까. 저자는 중년에 접어든 시점에서의 꿈을 언급한다.
"소망의 유효기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40대 초반까지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 그 시기마저 지나가버리면 그때는 확실히 알게 된다. 인생은 원한다고 다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고 싶다고 어디든 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하고 싶다고 다 하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란 것을. 그때부터 정말 중요해지는 것은 바로 '선택'이다. 내가 이 생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성장의 한계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인정해서 받아들인 후 내게 주어진 유한한 자원(시간, 돈, 체력, 취향, 열정)을 최대한 현명하게 집중적으로 쓸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이자 앞서 살고 있는 어른이 젊은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선례가 아닐까." - 146p.
나를 알아가는 시간, 어른
부모님의 뜻에 따라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고 대학까지 진학하는 몇몇 친구들을 봤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몰라서 그랬을 거다. 내재된 잠재력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혹은 친구들, 그것도 아니면 점수에 맞춰 선택했던 인생의 주사위. 적성도 적성이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기준을 잡지 못해 방황하는 시간들도 많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와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면 다른 이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을 텐데. 어른이 되어 간다는 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저자도 어른이 되어가면서 눈치 보지 않고 의사 결정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젊었을 때는 나를 잘 몰라서 항상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세상은 진정한 나를 찾아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야무지게 살아보라고 다그치는데, 정작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대체 있긴 한 건지 몰랐다. 모르니 날 제대로 굳건하게 세울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남들이 뭐라고 한마디만 해도 비바람에 온몸을 비트는 플라타너스 잎처럼 사정없이 흔들렸다. 나만의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대학 동기, 고향 친구, 사회에서 만나는 직장 동료들과 끝없이 날 비교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점 나는 더 작고 초라해졌다.
(중략)
그렇게 꽤 오래 안개 속을 헤매듯 젊은 날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면서 나와 친해지고 나를 좋아하게 됐다. 누군가를 알아가면서 정도 들고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그렇게 오랜 시간 나를 알아가면서 나란 사람에게 단점과 부족한 점만 있는 게 아니며, 힘든 시간이었지만 수도없이 깨지고 넘어져도 버티다 보니 맷집도 생기고 장점과 강점도 있다는 걸 파악했다. 무엇보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가고 싶지 않은 모임은 거절할 수 있는 용기와 강단이 생겼다." - 201p.
어른으로서의 포부
이제 어딜 가던 어른 대접을 받는다. 한없이 부족하고 나약하다고만 생각했던 내 옛 모습에 작별을 고하고, 떳떳하고 당당한, 나를 잘 아는 어른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그러나 잘할 수 있을까 한편으론 걱정된다. 이 책은 마흔을 앞두고 어른이 되길 두려워하는 내게 쓰담쓰담 위로를 건넨다. 마치 저자가 내 앞에서 "어른은 이런 거야"라고 얘기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한국 사회에서의 어른은 어떤 존재일까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사회에 대한 고민 없이 지냈던 지난 세월보다, 앞으로의 삶은 조금 더 사회 현상에 눈을 뜨고 같이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비혼주의, 다문화가정, 장애인과 비장애인, 페미니스트, 난민, 초고령사회, 건강불평등 등등 한국 사회에서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고도성장에 가려 음지에서 폭력 형태로 수수방관된 사건들도 많았다. 어른이라면 나를 잘 아는 것과 동시에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성찰도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