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테스트신입생 지필 고사
신한범
듣기, 읽기, 문법 시험은 녹음된 방송을 들으면서 문제를 풀거나 지문을 읽고 정답을 찾는 것. 마지막 쓰기 시험은 가족에게 필리핀에 도착 소감이나 바기오에 여행 온 것을 가정하여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었다.
문법과 어휘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지를 대하니 헛헛한 웃음만 나왔다. 문법은 고사하고 간단한 단어도 스펠링이 기억나지 않았다.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는 인사말 외에는 단 한 문장도 작성하지 못했다.
두 시간 정도 진행된 시험은 악몽이었다. 머리는 아프고, 가슴은 답답하였으며 속은 더부룩하여 점심을 먹을 수 없었다. 내가 나를 과대평가하였나 보다. 학창 시절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였고 몇 차례 배낭여행을 통해 영어로 의사 표현은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오후 시간은 커리큘럼, 학원 규정 등을 설명하는 시간. 수업은 맨투맨 수업 4시간, 그룹 수업 2시간 그리고 야간에 특별 보충 수업이 3시간 진행된다.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를 배정하며 하루 7시간 이상의 수업을 받아야 한다. 맨투맨 수업이 많은 것은 필리핀 어학연수의 장점이다. 연수생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영어권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어학원에 온 게 맞나? 까다로운 학원 규정
학원 규정도 까다롭기는 마찬가지. 주중 외출 금지, 통금 시간 지키기, 음주 금지, 이성 방 출입 금지, 수업 시간 지키기, 라운지에서 영어만 사용하기 등 하지 말라는 것과 하라는 것은 왜 이리 많은지. 규정을 어기면 외출 금지, 단어 외기, 벌금, 그리고 퇴원까지 다양한 벌칙이 있었다.
많은 규정 중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기숙사에서 음주 금지와 매일 밤 10시에 라운지에서 점호를 받아야 한다 것이었다. 50대 후반 나이에 술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고 점호까지 받아야 하는 현실이 암담하였다. 내가 어학원에 온 것인지 아니면 군대에 재입대한 것인지 혼선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