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의 기사인 자비드씨는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 수수료 25%, 보험료 450만원(1년), 라이센스비 40만원(1년), 정기검사비 15만원(1년), 차량 유지비 180만원(1년)을 지불하고 있다. 요금을 정하는 것도 일하는 시간을 정하는 것도 ‘우버’인 상황에서 그는 회사만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말한다.
MBC
우버가 공유 경제이건 아니건 편리하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버를 비롯한 이른바 '승차 공유' 기업들도 소비자 편익만을 앞세우면 될 일이다. 굳이 별로 상관도 없는 '공유'라는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는 건 정직하지 않은 태도다.
최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동연 부총리 겸 개획재정부장관은 한 목소리로 공유 경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공유 경제를 활성화시키려고 우버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자칫 일자리 늘리려다 갈등만 늘릴 수도 있다.
참고로 차량 공유 모델이 없는 건 아니다. 가령, 미국의 투로(Turo)는 내가 차를 안 쓰는 동안 다른 사람이 빌려 탈 수 있도록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P2P 플랫폼을 제공한다. 가령, 해외로 여행을 가면서 공항에 차를 대면 마침 입국한 외국 관광객이 여행 기간 빌려 탈 수 있다. 한쪽은 주차비를 아끼면서 약간의 돈을 벌 수 있고, 다른 쪽은 조금 더 싸게 차를 빌릴 수 있다(국내에선 이것도 불법이긴 하다).
프랑스의 휠리즈(Wheeliz)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개인 소유 승합차를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이 서로 빌려 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개조 차량이 프랑스에만 약 10만 대가 있다고 하니 필요할 때 나눠 쓰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두 서비스 모두 공유 경제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버가 세계 곳곳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
지금의 우버는 공유 경제라기보단 '긱 경제(gig economy)'이자 '프리랜서 노동'이다. '긱 경제'란, 고용주와 노동자가 서로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고용 계약을 맺는 걸 가리킨다.
미국에서 하룻밤 공연에 올릴 재즈 연주자를 찾아 계약을 맺은 데서 비롯되었는데, IT의 발달로 플랫폼 안에서 서로 필요한 일자리와 노동자를 찾아 계약을 맺고 비용을 치르는 일이 가능해지면서 벌써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우버도 플랫폼을 사이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프리랜서인 우버 파트너와 라이더가 계약을 맺어 일을 하고 비용을 치른다는 점에서 긱 경제이자 프리랜서 노동(플랫폼 노동)이다.
비슷한 모델로 배달 음식(식당)과 배달부를 연결하는 딜리버루(Deliveroo)가 있다. 딜리버루 플랫폼에 참여한 배달부들은 플랫폼이 연결해주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받아 주문한 고객에게 전달한다. 이들은 특정 음식점에 고용돼있지 않은 것은 물론, 딜리버루와도 고용 계약을 맺지 않는다.
영국 런던에서 일하는 어느 딜리버루 배달부는 하루 5~6시간씩 일주일에 26시간을 일하고 150파운드(약 20만 원)를 번다. 배달을 한 번 할 때마다 3.5파운드(5천 원)를 버는 셈인데, 최저임금을 벌려면 하루 12시간은 일해야 한다. 보험도 없고 휴일수당도 없다. 다치더라도 치료비는커녕 유급병가도 쓸 수 없다. 그는 정규직 배달부로 일하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로 긱 경제에 뛰어들었다.
파트너에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건 우버도 마찬가지다. 우버 파트너들을 노동자로 볼 것인지, 사업자로 볼 것인지는 여전히 뜨거운 논란거리다. 지난 5월 11일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우버 파트너를 '독립사업자'로 판결했는데, 이는 3년 전 시애틀 시의회가 파트너들도 노조를 결성해 우버와 임금 협상을 벌이고 병가를 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며 노동자성을 인정했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분명한 건 우버 플랫폼 참여자들이 자신이 일한 만큼의 대가나 필요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지도 못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버가 플랫폼의 한쪽 끝에 자리한 플랫폼 참여자들의 노동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이면서도 그 수익을 파트너들과 고르게 나누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파트너'란 그럴 듯한 이름은 허울일 뿐이다.
지난 몇 년 사이 파트너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는데도 우버는 파트너들이 내야 할 수수료를 계속 올려왔다. 10%대에서 시작한 수수료율은 20%를 거쳐 2016년 25%(신규 참여자)로 올랐다. 33%로 오를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다른 쪽 끝에는 라이더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이들의 편익도 점점 줄어들지 모른다. 우버가 시장을 독점한 뒤에는 말이다.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이, 플랫폼 참여자들이 땀 흘려 만들어낸 부와 권리를 모조리 독점하는 건 그것이 공유 경제든 아니든 옳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만들어질 막강한 플랫폼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카풀관련 비상대책위원회와 소속 택시 기사 등이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생존권 사수를 주장하고 있다.
이희훈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법에서 허락한 대로 출퇴근 시간에만, 또는 정부가 내놓은 중재안처럼 하루 두 번만 허용하는 카풀 서비스라면 우버와 달리 공유 경제에 가깝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업체의 설명처럼 출퇴근길에 "나 홀로 운전자의 빈 좌석을 공유해서 같은 방향을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매칭해 주는 서비스"로 굴러가기만 한다면 말이다. 여기에 '경력 단절 여성'이나 '하루 몇 시간만 일하려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취지도 유휴 차량으로 혼잡 시간대의 모자란 수요를 채운다는 점에서 받아들일만 하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우려대로 빗장이 풀리면 우리도 여느 나라 못지않은 극심한 사회적 갈등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아마도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쪽은 이쯤에서 멈추려 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규제를 완화하라 요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모든 정부는 택시를 비롯한 운송 사업을 '규제'한다. 경영자와 종사자의 자격을 점검하고, 공급이 너무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도록 조절한다. 또 요금도 함부로 올리지 못하게 관리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몇 년 전 서울시가 우버의 영업을 금지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때 서울시는 "(우버를) 공유경제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우버는 2013년 구글벤처스로부터 무려 2500만 달러(280억 원)를 투자 받으며 2014년 12월에 벌써 세계 250여 개 도시로 뻗어나갔지만, 그런 빠른 성장에 어울리는 책임은 아직까지도 키우지 못했다. 그래서 각국 (지방) 정부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고 있다.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쪽은 마치 우리나라만 우버를 금지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덴마크 대법원은 지난 9월 13일 4명의 우버 기사에게 택시법을 위반했다며 최대 48만6500크로네(약 8500만 원)의 벌금형을 확정했다. 아직은 우버를 허용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런던시(런던교통공사)도 2017년 9월 22일 공공 안전을 이유로 5년 만에 우버의 영업면허 갱신을 거부한 적이 있다. 파트너들이 저지른 중대한 범죄 이력이나 건강 검진 기록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등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다 2018년 6월부터 다시 15개월간만 한시적으로 영업을 허용했다.
지난 4월에는 그리스 의회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버X가 영업을 중단해야 했고, 독일과 스페인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우버의 영업을 금지한 뒤 아직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 규제도 바뀌는 게 맞다, 이런 말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또 어차피 규제는 기업의 돈벌이를 보장하기보다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기업이 규제를 없애달라는 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요즘이 아니라도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얘기다.
그러니 4차 산업혁명의 동력이 꺾일 것이라느니 하는 민망한 논리로 어깃장을 놓기보다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규제를 함께 만들어가려 노력하는 게 옳다. 모호한 사회적 가치나 시대의 흐름을 앞세워 작은 편익을 부풀리거나 대중의 적대감을 끌어들여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건너뛰려는 태도는 훗날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덧붙이자면, 2017년 3월 실시한 어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4차 산업혁명으로 삶이 더 편리해 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4차 산업혁명이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까'라는 질문에는 60%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유는 일자리에 있었다. 응답자의 70% 이상이 '4차 산업혁명이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닥칠 일자리의 지각 변동이 택시 산업 앞에서 멈춰 설 것이란 생각이야말로 어쩌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조금 더 차분하게 고민하고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
|
[참고한 글]
"Uber drivers in New York City aren't happy about the ride-hailing service's latest rate cuts.". CNN. 2016.2.1
"카카오 카풀 서비스…찬성 56.0% vs 반대 28.7%[리얼미터]". 연합뉴스. 10.22
"MBC 스페셜 '10년후의 세계'". MBC. 2018.4.2
"'공유 경제'의 역풍… 우버기사도 택시기사도 눈물". 조선일보. 2018.5.18
"[한국과 4차 산업혁명 <1-2>]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는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할 것인가". 코리아중앙데일리. 2017.4.25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33
익산옆 앞 '기찻길옆골목책방' 책방지기.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수도권에서 살다가 2022년 전북 익산으로 이사해 지방 소멸의 해법을 찾고 있다. <로컬 혁명>(2023), <로컬꽃이 피었습니다>(2021), <슬기로운 뉴 로컬 생활>(2020), <줄리엣과 도시 광부는 어떻게 마을과 사회를 바꿀까>(2019), <나는 시민기자다>(2013) 등을 썼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